솔오름 연가(戀歌)
솔오름 연가(戀歌)
  • 한국현 기자
  • 승인 2022.10.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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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육십, 사랑에 푹 빠졌다. 내일모레면 딱 4개월이다. 상대는 솔오름. 오후 늦은 시간이면 거의 매일 만난다. 가끔은 비가 내릴 때도 만나 사랑을 속삭인다. 
솔오름은 한라산 중턱에서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에 걸쳐져 있는 기생화산체다. 시민들이 운동 장소로 많이 찾는다. 최근에는 ‘힐링 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높이는 113m, 출발해서 정상까지의 거리는 약 1.5㎞. 산책로는 멍석 재질의 매트가 깔려 있는 평지와 오르막, 나무 계단으로 이뤄져 있다. 코스 곳곳에는 편백나무가 ‘피톤치드’를 뿜어 내고 각종 들풀과 꽃이 탐방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서귀포시내 중심가에서 차량으로 10분 정도 가면 솔오름 입구가 보인다. 출발지점에는 주차장이 있다.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 1시간. 솔오름 정상에서 주변 경치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다 내려오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그리 힘들지 않은 코스여서 등반하기엔 적당한 오름이다.  
솔오름과의 사랑은 선배의 소개로 시작됐다. 의사의 권유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제발 운동하라”는 선배의 호통(?)에 솔오름 등반을 결심했다. 두 달에 한 번 건강상담을 하는 의사도 시내에서 가까운 솔오름이 좋다고 했다. ‘건강 멘토’인 의사는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솔오름을 오른다. 등반 도중에 서로 엇갈리면서 만날 때도 있다. 그 때마다 잘하고 있다며 포기하지 말것을 당부한다.
운동이라고는 술 자리에서 ‘손목 꺽기’만 했던터라 솔오름 등반은 처음엔 엄청 힘들었다. 술과 담배로 찌든 몸,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출발하고 10분 정도 지나니 숨이 ‘헉헉’거렸다. 오름 정상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중간에서 조금 쉬었다가 ‘유턴’하고 싶었다. 처음 10일 동안은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4∼5번 쉬었다. 오르다가 지치면 5분 정도 쉬었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땀은 어찌나 쏟아지는 지 안경을 벗어 수건으로 얼굴을 딱고, 잠시 쉬었다가 오르고…. 숨은 ‘헉헉’, 다리는 ‘후들후들’, 엉금엉금 정상에 올라가면 몸은 온통 땀으로 뒤범벅이다. 찼던 숨이 고르면 ‘희열’이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 했던 ‘희열’이 짜릿하게 다가온다. 높이가 100m보다 조금 높은 오름을 오른 것 갖고 무슨 유세냐 하겠지만 “이 맛에 산을 오르는구나”라는 말이 실감났다.
솔오름 등반 도중에 쉬는 횟수는 점차 줄여 나갔다. 한 달 동안은 2번, 두 달이 지났을 때는 1번, 이제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정상까지 오른다. 도중에 쉬고 싶지만 비장한 결심으로 기어코 정상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정상에서 ‘희열’을 만끽한다. 솔오름 정상에서 보는 주변 경치는 기가 막히다. 북쪽으로는 한라산이 보이고, 남쪽으로 서귀포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은 날은 산방산, 형제섬, 가파도, 마라도까지 보인다.
무더웠던 여름을 솔오름과 함께 했다. 가을이다. 지금도 솔오름과의 달콤한 사랑은 이어가고 있다. 솔오름과 연애를 하다 보니 변화가 왔다. 몸무게가 빠졌다. 퉁퉁부었던 얼굴은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다. 남들이 보기에도 그렇다고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선ㆍ후배들은 “혹시 어디 아픈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한다. 운동은 하지 않고 술과 담배로 몸을 혹사할 때 봤던 친구들은 변한 모습에 “보기 좋다”고 격려한다. 그러면서 멈추지 말라고 응원한다.
오후만 되면 솔오름이 유혹한다. 달콤하고 건강한 유혹이다. 도저히 벗어나지 못 할 정도다. 몸은 근질근질, 전투복으로 완전 무장하고 설레는 마음 안고 솔오름을 만나러 간다. 평지와 약간의 오르막 구간까지의 걸음은 경쾌하다. 나무 계단으로 이뤄진 경사로부터는 가쁜 숨을 몰아쉰다.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대로 정상까지 밀어 붙인다. 그리고 마침내 정상, 짜릿한 희열을 느끼고 천천히 내려오니 몸이 개운하다.   
제주도에는 크고 작은 오름이 360여 개 있다. 단일 지역의 오름 수로는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고 한다. 제주시와 서귀포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접근성이 높은 오름도 많이 있다. 
이 가을, 오름을 오르며 건강을 챙기는 건 어떨까.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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