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제주에서 돕지 않으면 생존 불가능…힘들 때일수록 도와야"
"척박한 제주에서 돕지 않으면 생존 불가능…힘들 때일수록 도와야"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2.10.10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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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강지언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어릴 적 증조할머니 손에 크며 '수눌음 정신' 체득
고향 부름에 대규모 정신병원 열어 지역사회 기여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봉사 시작…외부 원고료 등 기부
제주 1호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인연으로 회장까지 맡아
"위기 극복의 역사 가진 제주…이웃 생각하며 겨울 맞아야"

어린 시절 서귀포에서 체득한 ‘수눌음 정신’으로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제주인이 있다.

연강병원 이사장이자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지언 회장(57)이다.

지난 7일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강 회장은 “척박한 제주 섬에서 돕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살아가기 힘들 때일수록 서로 도와야 한다”고 취약계층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7일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강지언 회장이 제주인으로서 살아왔던 삶의 궤적과 나눔 철학을 밝히고 있다.
지난 7일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강지언 회장이 제주인으로서 살아왔던 삶의 궤적과 나눔 철학을 밝히고 있다.

▲증조할머니에게서 배운 ‘수눌움 정신’…고향 위해 대규모 정신병원 개원

서귀포 출신인 강 회장은 증조할머니 손에 크며 제주의 수눌음 정신을 배웠다. 

강 회장은 “사촌들과 함께 증조할머니 손에서 컸다. 놀다가 친구들이랑 같이 집에 가면 증조할머니가 우리를 다 씻겨 주고 고구마도 삶아 주고 그랬다”며 “증조할머니는 집에 온 집배원조차 그냥 보내지 않고 꼭 밥을 먹여 보냈다”고 했다. 

강 회장은 “척박한 제주 섬에서 돕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실제로 서로 도우며 살았기 때문에 제주 공동체가 유지된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제주 공동체가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자식에게 주듯, 사랑을 받은 사람에게 갚을 수는 없어도 내가 받은 사랑을 누군가에게 나누는 것이 삶”이라고 피력했다. 

강 회장은 2003년 가톨릭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에서 수련을 받고 대학원을 다니며 결혼도 했지만, 고향 주민들의 정신건강에 이바지해야겠다는 생각이 그를 다시 제주로 이끌었다.

2006년 제주도에 터를 잡을 당시, 제주에는 최대 30병상의 소규모 정신과 의원뿐이었다. 강 회장은 도내에서 처음으로 180병상 규모의 전문 정신과 전문병원인 ‘연강병원’을 열었고, 현재는 200병상 규모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도배로 시작한 나눔…“봉사도 잘 할 수 있는 것 해야”

강 회장은 서귀포시장을 지낸 고창후 변호사 등과 의기투합, 조손가정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홀로 사는 조손가정의 집에 찾아가 청소도 하고 도배도 하는 일이었다. 당시 신생 로터리클럽인 백록로터리클럽에 가입, ‘초아의 봉사’ 실현에 나선 것도 이 무렵이었다.

강 회장은 “당시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하는 분들도 많이 없었고, 해 본 적 없는 도배를 하려다 보니 쉬운 일이 아니더라”며 “보람은 있었지만 제가 잘하지 못하는 영역이어서 제가 잘 할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해 봉사활동을 이어갔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정신과 의사로서 지역사회 정신건강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고자 제주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제주금연지원센터, 제주시건강증진센터, 제주도세월호피해상담소,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제주센터 등 다양한 의료지원시설을 운영하며 공공의료 발전에 기여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에는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또 매년 외부 원고료와 촉탁 진료비 등을 모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하면서 2009년 12월,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제주지역 1호 회원이 됐다. 강 회장은 지난해 10월 31일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10대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강 회장은 “매년 외부 원고료와 방송 출연료를 모으면 금액이 꽤 됐다. 당시 그런 돈이 생기면 후배들을 모아다 술을 마시는 데 썼다”며 “어느 날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5대 회장님이셨던 한동윤 회장님이 ‘제주 의사들은 기부를 안 한다’는 말에 기부하게 된 것이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으로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제주는 ‘위기 극복의 역사’…지역사회 나눔 크기 키워야

강 회장은 그간 이어온 지역사회 봉사활동과 관련한 기부 철학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기부 철학은 없다”고 말했다.
자라나면서부터 체득한 수눌움 정신과 정신과 의사로서의 직업의식이 그를 나눔의 길로 이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강 회장은 “제가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봉사와 기부에 목숨을 건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 지도층이 솔선수범해 나눴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역에서 모금한 모금액 전부를 지역에 돌려 드린다.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끝으로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현재는 모두가 지쳐 있는 단계다. 제주는 힘들 때일수록 서로 나누면서 위기를 극복해 온 역사를 갖고 있다”며 “나보다 더 힘든 이웃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마음으로 겨울을 맞이했으면 한다. 지역사회 기부의 파이를 키웠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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