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하늘.바다 '경험 못한 생태계'...빨라지는 '지구의 역습'
땅.하늘.바다 '경험 못한 생태계'...빨라지는 '지구의 역습'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2.09.29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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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현주소와 미래는] 上
지구 온난화로 아열대 식물 생장 활성화, 불시개화도 일상화
조류, 어류 등도 새로운 종 유입 가속화...기존 물고기는 쇠퇴
극단 날씨 '위협'...재난.농수산물.지하수 등 복합 피해 '경고등'

 

제주가 기후위기의 직접 영향권에 놓였다.

동식물의 생태계가 달라지고 폭염과 홍수 등 기후재난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도민들은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기상상황에 노출된 채 일상을 위협받고 있다.

본지가 창간 77주년을 맞아 2회에 걸쳐 기후변화 실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달라진 제주 땅하늘바다일상화 가속

아열대 식물이 꽃을 피운 모습이 흔해졌다.

최근 본지가 신제주 일대 워싱턴야자수 36그루를 무작위 확인한 결과 35그루(97.2%)가 개화했다. 종려나무는 91그루 중 72그루(79.1%), 소철은 20그루 중 12그루(60%)에 꽃이 달렸다.

과거엔 아열대 식물이 꽃 핀 모습을 보기 어려웠지만 점점 더워진 결과 생육환경이 좋아지면서 개화가 흔해졌다. 도민이 일상에서 지구 온난화를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개화는 부침을 겪고 있다. 올해 한라산 구상나무 1그루당 평균 120.2개의 암꽃(암구화서)을 피웠다. 지난해 조사에서 암꽃이 평균 35개가 달렸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를 두고 식물의 위기상황에 처한 데 대한 대응이 아닌지 우려가 제기된다.

이상기후로 생존에 위협을 느낀 나무들이 봄이 아닌 가을에 꽃 피는 불시개화도 빈발하고 있다. 수종도 벚나무와 올벚나무목련매화배나무철쭉진달래 등으로 다양해졌다.

()도 달라졌다. 아열대 조류의 출현이 빈번해졌다. 물꿩붉은부리찌르레기붉은해오라기부채꼬리바위딱새검은슴새열대붉은해오라기긴꼬리때까치검은이마직박구리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아열대성 조류인 큰부리바람까마귀가 국내 처음으로 마라도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제주도롱뇽과 북방산개구리 등 양서류는 산란시기가 빨라지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제주바다의 변화 상황도 심각하다.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맹독성 문어나 바다뱀이 제주바다에 나타나면서 점차 출현 범위를 넓히고 있다. 뜨거워지는 바다의 후폭풍이다.

대표적인 게 날 파란선문어로 침샘에 테트로도톡신이란 맹독을 지니고 있다. 2012년 제주연안에서 첫 발견된 후 전국에서 총 18마리가 관찰됐는데 절반(9마리)이 제주바다에서 발견됐다.

열대·아열대 서식종으로 맹독을 지닌 넓은띠큰바다뱀도 2017년 서귀포 연안에서 처음 포획된 후 전국에서 출현 빈도가 늘고 있다.

독성해파리도 극성이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2017년 이후 급격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연근해에서 출현이 보고된 독성해파리는 11종으로 지난해에만 총 10종이 관찰됐다.

국내 해역은 지난 54(1968~2021) 간 약 1.35도 수온이 상승해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수온이 0.52도 상승한 것보다 2.5배가량 더 뜨거워졌다.

아열대 어종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344종이 관측됐던 제주 인근 아열대 어종 수는 올해까지 83종으로 늘었다. 호박돔과 황갈돔, 쥐돔 등이 제주바다에서 많이 잡히고 곰취도 보인다. 과거 자리돔, 벵에돔, 용치놀래기가 차지했던 자리를 아열대 어종들이 빼앗은 셈이다.

이상기후 발() 자연재난 피해 부메랑으로

당장 도민들은 극단의 날씨를 견뎌야 하는 괴로움이 커졌다.

올해 제주(6~8)는 각종 무더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름철 평균기온 26도로 역대 가장 높았다. 평균 최저기온 23.6도로 역대 1위를 기록했고, 평균 최고기온은 29도로 2위에 올랐다.

제주 폭염 일수(9)와 열대야 일수(40.3)는 모두 역대 3위를 차지했다. 그 중 지역별로 제주 북부 지역은 폭염(28열대야(53) 모두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서귀포와 고산 지역은 지난 629일 올해 첫 열대야 현상이 발생해 역대 가장 빠른 열대야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난 피해는 인간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자업자득 격이다.

행정안전부 재해연보에 따르면 자연재난에 따른 전국 재산 피해는 20162884억원, 20171873억원, 20181413억원, 20192162억원에서 202013182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복구액은 5906억원, 4997억원, 4433억원에서 13488억원, 41615억원으로 폭증했다. 인명 피해는 20162017년 각 7, 201853, 201948, 202075명으로 늘었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태풍가뭄 등 자연재난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제주는 하천 범람이나 주택 침수강풍 시설 피해 등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폭우 피해가 광범하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도로 침수는 일상화했다.

과거 설치된 도로 우수관이 대부분 시간당 최대 40강수량을 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기후변화로 훨씬 강력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미처 수용되지 못하고 도로에 넘치고 있다.

강우도 열대지방 소나기인 스콜과 같은 패턴을 보이면서 피해를 가중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제주 지하수 함양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강수량 변화 폭이 커지면서 지하수 함양 여건이 나빠지기 때문이다해수면 상승이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 함양률이 10~12%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바다에선 해조류가 사라지고 있다. 감태를 비롯해 미역, 다시마 등 갈조류는 고수온에서 이파리 가장자리가 녹는 끝녹음 현상을 보이면서 죽는다. 해조류가 사라지면 제주어민들의 주요 수입원인 전복과 소라, 오분자기 같은 어패류마저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농업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현 추세대로 지속되면 21세기 말(2071~2100) 제주에서 더 이상 감귤을 재배할 수 없다. 월동외래해충 발생도 늘고 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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