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 정치
태풍과 정치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2.09.28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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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 국민이 태풍으로 가슴을 졸였다.

지난 6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남부를 강타했다.

태풍 길목인 제주에서 침수 등 각종 피해가 잇따랐다. 농민들은 한숨이 깊어졌다. 포항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 침수로 7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포항제철소는 가동 중단됐다.

힌남노는 내습 전부터 역대급 슈퍼 태풍으로 공포를 자아냈다. 힌남노가 북상하기 전 다른 열대 저압부를 흡수하면서 몸집을 불리고 파괴력을 높이는 후지와라 효과까지 나타났다.

지난 18~19일에는 14호 태풍 난마돌의 북상으로 설상가상 피해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컸지만 다행히 태풍은 일본 열도로 급격하게 방향을 틀었다. 국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근 15호 태풍 탈라스와 16호 태풍 노루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한반도로 향하지 않았다.

지난 2617호 태풍 꿀랍도 생겨났다. 국민들은 또 태풍이 닥쳐올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태풍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을 말한다. 해당 저기압대의 이동에 따른 자연 재해까지 통칭한다. 인류가 겪는 자연재해 중 인명재산 피해 규모가 가장 크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강력하다.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그만큼 세기 때문이다.태풍은 매년 20~30개 정도 발생한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연 평균 3.1개다.

통상적으로 여름철 2개와 가을철 1개 가량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며 피해를 끼친다.

가을 태풍이 여름 태풍보다 더 무섭다. 태풍이 몰고 올라오는 무덥고 습한 북태평양 열기가 남하하는 시베리아 냉기와 충돌하면서 강풍이 불고 폭우가 내리는 강도가 세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음력 715일 전후는 해수면이 연중 최고로 높아지는 백중사리 기간이어서 해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농작물도 수확을 앞둔 시기라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로 열대성 저기압의 발생 빈도는 줄지만 세력은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열대성 저기압의 이동속도가 느려지면서 강풍 노출시간이 길어지고 강우량도 늘어나 피해가 커지는 것이다. 1980~202041년간 한반도에 접근한 태풍의 연간 최대 강도는 평균 31% 증가했다.

태풍의 중심부, 즉 태풍의 눈은 맑고 고요하다. 이른바 무풍지대다. 회전(북반구 반시계 방향)하는 태풍의 중심에 가까울수록 원심력이 강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태풍의 눈의 지름은 보통 30~50km이고 크게는 100~200km에 이른다. 최근 바닷새를 비롯해 수많은 철새 무리들이 태풍의 눈에 머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폭풍우도 없고 주변보다 따뜻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정치권은 태풍의 눈에 존재하는 것 같다. 태풍과 폭염, 홍수 등 기후재난에다 물가 폭등,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국민은 고통에 신음하는데도 정치인들은 아랑곳 않고 그들만의 진흙탕 싸움에 세월 가는 줄 모르니 말이다. 한마디로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수렁에서 수개월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앞세워 방탄국회논란 속에 대여 전선 구축에 몰입하고 있다.

정국은 이재명 대표 검찰 기소’, ‘김건희 여사 특검 법안을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요즘 윤 대통령 부부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외교와 해외 순방을 놓고 시끌시끌하다.

윤 대통령의 이 새X”를 포함한 비속어 논란을 놓고 여야가 연일 치고받고 있다. 소음이 섞인 바이든또는 날리면’, ‘발리면’ ‘말리믄이란 발언을 놓고 국민 청력 테스트란 비아냥이 나오고 실제 음성 분석도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은 대국민 사과외교라인 경질을 요구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2의 광우병 선동왜곡 보도라며 맞서고 있다. 국정은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 경제는 퍼펙트 스톰위기를 맞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위기가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세상을 뒤엎을 만한 열대 저압부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 경제는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에 따른 무역적자 충격에까지 휩싸이며 고통 받고 있다.

마치 폭풍전야 같다.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집기도 한다. 국민들의 가슴에 정치 혐오의 바람이 일고 분노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들에게서 발생한 풍파(風波)는 언제 태풍으로 발달해 정치권을 향해 휘몰아치면서 그들의 정치 생명을 빼앗을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들의 인내심이 폭발 임계점을 향해 빠르게 차오르고 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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