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과 아로마가 살아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조건
향과 아로마가 살아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조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9.2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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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대 월간커피 발행인

커피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그 첫 번째가 품종인데, 이는 커피가 가지고 있는 유전적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품종이 다른 커피는 그 커피가 가지고 있는 맛과 향(Flavor)의 차이가 크며 다른 커피와 비교하면서 같이 마실 때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다음은 커피가 자라는 자연환경에 의해 맛이 달라진다. 커피나무가 자라는 토양, 그 지역의 공기와 미생물, 이용하는 물 등이 얼마나 커피 재배에 적합한 곳이냐가 관건이다. 이런 자연환경을 프랑스어로 토양 또는 풍토를 뜻하는 단어인 떼루아(terroir)라고도 표현하는데, 커피 생육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떼루아를 가졌다면 좋은 커피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요소는 커피 애호가인 우리가 근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즉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조건으로는 매우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 우리가 좋은 커피를 마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선한 커피를 선택하여 마시는 것이다. 또 이미 구매한 커피의 신선도를 잘 유지하는 것도 좋은 커피를 마시는 요령이다. 가격이 아무리 비싼 고급 제품이라 해도 제품의 신선도를 상실하는 순간 마실 수 없는 질 나쁜 커피가 된다. 

사람들이 좋은 맛을 위하여 갓 구운 빵, 갓 지은 밥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커피 애호가들은 갓 볶은 커피를 가장 최고로 친다. 커피를 볶은 뒤 실온에서 2~3일 또는 3~4일이 지나면 가스가 빠지면서 커피가 안정화된다. 그 후로 2주까지가 가장 최상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대신 주의할 점이 있다. 갓 볶은 원두는 고유의 향이 풍부하지만, 그만큼 볶는 과정에서 생성된 가스가 많이 남아있게 된다. 커피콩을 볶자마자 바로 분쇄한 뒤 추출을 위해 물을 부으면 가스가 물줄기의 흐름을 방해한다. 물이 고르게 커피를 적시지 못하게 되고 한쪽으로만 추출이 진행돼 좋은 향미보다는 텁텁하고 무거운 맛이 강해진다. 신선도도 좋지만, 안정화가 된 커피라는 전제 조건이 성립돼야 하는 이유다. 

마시기 좋은 적당한 온도의 커피가 지닌 풍성하고 향긋한 아로마가 콧속을 깊게 자극하고, 이어서 부드럽게 목을 넘어가는 기분 좋은 상태의 커피라면 그야말로 최상의 잔으로 친다. 단맛이 올라오면서 화사한 향미나 기분 좋은 과일의 신맛이 느껴지는 커피 또는 여러 가지의 복합적인 맛과 향이 잘 어우러지는 커피도 신선해야만 좋은 향미 발현이 가능해진다.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1유로의 금액으로도 맛있는 커피를 만날 수 있는 곳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커피 바이다. 가성비도 갑이지만 손놀림이 익숙한 바리스타가 만들어 주는 좋은 플레이버와 아로마가 풍부한 커피 한 잔은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여정을 함께 했던 일행이 여행에서 돌아온 뒤부터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게 된 것 또한 그때 만났던 커피에 대한 기억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그곳의 커피는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을까. 이탈리아 커피 업자들이 우리와는 달리 특별한 커피를 사용하기 때문일까. 그 비결은 커피가 신선하다는 데 있다. 많은 사람이 들르는 그곳의 커피 바는 커피가 매우 빨리 소비된다. 순환이 빠르므로 그만큼 커피를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가 있다. 게다가 그들의 추출 실력이 한 몫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커피를 생선에 비유하기도 한다. ‘활어를 최고로 치는 우리 생선회 문화는 문제’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지만, 많은 사람은 살아있을 때 잡는 생선을 가장 최고의 횟감으로 친다. 이것 또한 신선도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매운탕을 끓이거나 생선을 요리할 때 무엇보다 재료가 싱싱해야 맛이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커피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커피는 공기와 만나는 순간부터 산패가 시작된다. 따라서 커피와 공기를 분리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원두 패키지를 구매했다면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직사광선이나 온도 변화가 큰 장소는 피해야 한다. 패키지를 개봉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면 커피를 덜어낸 뒤에 가능하면 빨리 패키지 내부의 공기를 최대한 빼서 완전히 밀봉해야 한다. 

커피는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간혹 냉장이나 냉동으로 보관하면 어떠냐는 얘기도 하지만, 냉장고 안의 다른 음식의 냄새가 밸 수 있으며 이미 장기간 보관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신선한 상태의 커피를 포기한다는 뜻과도 같다. 그러니 2주 안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만 커피를 사는 것이 요령이다. 향긋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신선한 커피가 필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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