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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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9.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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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업 시인·공인중개사

대한민국 제20대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이러저러한 여론과 어려움을 거쳐서 대통령 관저를 용산으로 옮기고, 전직 대통령들이 온갖 희비애락을 겪었던 역사의 청와대를 국민들에게 개방을 하였다.

우리 일행들도 두 달 전부터 일정을 계획하여 청와대를 돌아보면서 역사 속으로 묻힐 현장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구경을 하였다. 전국에서 올라온 인파가 청와대 앞에 긴 행렬을 하고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초대 대통령 이승만, 4대 윤보선 대통령을 거쳐서, 5~9대 장기 집권을 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 운동을 일으켜 전 국민이 “잘 살아보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한민국의 경제를 끌어올렸던 공로가 있다. 11~12대를 거친 전두환 대통령은 국민들의 여론과 부정적인 의견도 많지만 국민의 직접 선거의 길목을 열어준 공로가 있다. 이들을 군사 쿠데타 정부라 일컫는데 쿠데타 정부의 마지막 노태우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거를 통해서 당선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민정부에 들어선 김영삼 대통령 이후 과연 군사 쿠데타 정부보다 정치를 잘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금융실명제라든가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같은 훌륭한 업적들도 있다. 바라건대, 20세기의 대한민국을 선진국 대열로 이끌어 온 대통령들의 공로와 업적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아포리아 시대라고 한다. 요즘 정치인들을 보면 출구가 없는 혼돈의 시대임을 실감 나게 한다. 여야의 대립 구도는 그렇다 치고, 자기 당끼리 싸우는 모습은 국민들이 보기에도 너무나 불안하다. 도대체 답이 없는 정국의 얼크러진 싸움판을 보면서 오히려 국민들이 나라 걱정을 하게 되는 모양새이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인간의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생로병사와 고독과 투쟁, 죄와 방황에 대해서 조금 더 여유롭고 담대하게 받아들이고 준비하며 살았으면 한다.

끝없이 살아 있을 것처럼, 나만 죄가 없는 것처럼, 남의 티끌만 캐러 다니느라고 시간을 낭비하면서 다시 과거로 회귀하여 고대 중세 시대 암흑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동종의 인간끼리는 투쟁의 대상으로 남고 사랑의 대상은 애완동물에게로 향하다 보니 21세기가 끝날 즈음에는 애완동물이 인간의 숫자를 능가하여 인간은 동물의 종이 되어 개의 식사와 잠자리를 돌보다 죽어갈지도 모른다. 인간의 존엄성을 심히 위태롭게 하는 주역이 바로 애정이 결핍된 인간의 끊임없는 투쟁과 고독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하늘에서 내린다’라고 하였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은 온 국민이 마스크를 낀 채로 선거를 했고, 국민 직접 선거에서 대통령이 마스크를 끼고 당선되었다. 5년 후에는 마스크를 벗고 선거를 할 수 있을까? 5년의 세월 동안 청와대가 아닌 용산에서 어떤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인가? 세상이 끝날 것처럼 투쟁하는 정치인들이여! 역사의 뒤안길에 사라질 구름 같은 세월의 허무함도 가슴 한 자리에 새겨 두시옵소서.

청와대를 돌아보고 오는 길에 길상사에 들렀는데, 법정 스님이 생전에 즐겨 읽었던 시집 한 권을 사 왔다. 그 시집에 있는 시 한 줄 띄워 올려 본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모두가 꿈속의 일인 것을. 저 강을 건너가면 누가 너이고 누가 나인가. 누구나 한 번은 저 강을 건너야 한다. 나 또한 다를 바 없어 곧 바람 멎고 불 꺼지리라. 꿈속의 한평생을 탐하고 성내면서, 너니 나니 하고 다투기만 하는가.’

나는 아무것도, 그 어떤 사람도 되고 싶지 않다. 그저 나 자신이고 싶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삶을 음미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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