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경연의 한마당 ‘제주 청소년 연극제’
축제와 경연의 한마당 ‘제주 청소년 연극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9.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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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

지난 9월 7일부터 제주 도내 소극장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진행됐다. 세이레 아트센터를 비롯한 공연장에서 청소년들의 연극제가 펼쳐진 것이다.

이 행사는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제주 청소년 연극제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청소년 연극제 제주 예선대회를 겸한 자리였다. 이를테면 축제와 경연대회를 아우르는 청소년들의 연극잔치라고 하겠다. 

강용준 작가는 제주연극 70년사에서 학생연극의 시원을 1947년 제주여중의 ‘춘하추동’ 작품으로 보았다. 그 후 1950년대를 거치면서 청소년연극은 도내 연극 발전에 일정한 기여와 역할을 담당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신성여고, 오현고 등 여러 학교들이 교내학예회나 학교연극경연대회 등을 통해 활발한 공연활동을 했다고 했다.

이와 같은 청소년연극의 양상은 비단 제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대체적으로 비슷하게 진행됐다. 당시에는 학교 수도 그리 많지 않았을뿐더러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공연활동 자체가 드물다 보니 연극은 지역민들에게도 재미있는 볼거리였다.

학생들은 단지 연극이 좋다는 이유로 때로는 밥도 굶어가며 늦은 시간까지 연습에 몰두했다. 적어도 1970, 80년대까지 한국의 청소년연극은 주로 교내에서 계몽적이거나 문학적 가치가 있는 국내희곡 또는 번역극 등을 무대에 올렸다. 반면 청소년을 위한 연극이나 청소년 스스로가 만든 창작극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들어와 한국청소년연극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이 시기에 학교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융·복합 예술장르의 교육적 가치와 위상이 점차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창의와 인성, 그리고 체험을 중시하는 7차 학교 교육과정이 교육부에 의해 고시되면서 기존의 교사에서 학습자가 중심이 되는 교육과정의 전환이 요구되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연극계에서는 학교예술교과에 연극을 추가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게 되었다.

그 무렵, 서울에서는 동랑 청소년 연극경연대회를 비롯하여 많은 청소년 연극제들이 개최되고 있었다. 그 중 대한민국 청소년연극제는 1997년 한국연극협회와 대산문화재단(교보생명), 그리고 예술의 전당이 공동주최했던 고교연극경연대회였다.

당시 이 연극제는 시작부터 규모나 내용 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연극제로 평가되었다. 한 마디로 이 연극제는 첫 해부터 고등학교 연극반 학생들에게는 꿈의 무대였다. 지역 예선을 거쳐 서울을 비롯하여 도를 대표하는 1팀씩만이 본선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만 30여 개 이상의 학교들이 예선을 치렀던 바 전국적으로는 약 200여 개 이상의 학교들이 참여했던 셈이다.

주로 이때부터 청소년 스스로의 생각과 이야기가 반영된 창작극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왕따나 진로 문제 등 급우 간, 또는 세대 간의 갈등과 소통을 소재로 만든 작품들이 많이 공연되었다.

이처럼 청소년연극제는 무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끼와 소질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대학 연극 관련 학과의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청소년연극제가 학교예술교육의 본질적 취지를 훼손한다는 부정적 시각이 제기되기도 했다. 입상에 대한 부담 때문에 즐거워야 할 공연활동이 경쟁과 성과주의로 흐르는 것에 대한 경계였다. 이를 계기로 청소년연극제의 진행과 연극지도방법 등 청소년연극 전반에 대한 연극계와 교육계의 논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올해로 26회째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청소년연극제에서 제주 청소년연극은 최근 2년간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미흡한 제주연극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성적을 낸 것에 대해 놀라울 따름이다.

올해는 도내에서 다섯 개의 학교만이 참가하여 예선을 치르게 되었다. 예선과 본선의 입상여부를 떠나 연극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청소년연극제는 공연의 성과 못지않게 그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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