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물가’ 최고에 ‘세금’도 최고
제주…‘물가’ 최고에 ‘세금’도 최고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9.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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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나자마자 ‘세금 폭탄’이 날아들고 있다. 주택세와 토지세 등 9월 재산세 고지서다. 주택세는 7월에 절반이 고지돼 물었으니 나머지 절반을 내라는 것(2기분)이고 토지세는 전부 한꺼번에 나왔다.

좌파경제 신념을 따르는 사람들은 “보수 세력은 세금을 폭탄으로 비유하는 습관이 있다”고 힐난하기를 좋아한다. 이 글도 첫 문장을 ‘세금 폭탄’으로 시작을 했으니 혹시 그런 식으로 볼지 모르겠다.

시중에 물어보라. 세금을 내 본 사람은 안다. 최근 들어 재산세가 부자만이 아니라 서민 가계에까지 엄청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정부 때 집값이 다락같이 오른 상태에서 무리한 공시가 현실화 조치까지 한꺼번에 영향을 미쳐 ‘폭탄’이 됐다.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지난주 발표한 9월분 주택, 토지 재산세 부과 내역을 보면 이런 상황이 잘 드러난다.

제주시가 부과한 올 9월 재산세는 22만5573건에 1052억원. 이 가운데 토지분이 18만968건에 939억원, 주택 2기분이 4만4605건에 113억원이다. 지난해에 비해 11.8% 증가했다. 재산세가 이처럼 늘어난 데는 과세표준이 되는 토지 개별공시지가를 11.54%나 올렸기 때문이다.

서귀포시도 올 9월 재산세를 14만3365건에 686억7600원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토지분은 112만8840건에 631억900만원, 주택 2기분은 55억6700만원이다. 지난해보다 토지분이 무려 13.40%나 늘었다. 이 역시 공시지가를 9.6% 올리고 골프장 세율 특례가 종료된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그야말로 ‘물가 상승률 최고’에다가 ‘세금 상승률 최고’가 됐다.

▲올해 9월 전국 지자체의 재산세 부과내역을 살펴보면 제주도의 재산세 상승률이 얼마나 가파른지 잘 알 수 있다.

서울특별시는 전년 대비 토지분을 9.6% 올렸다. 부산은 9.2% 올리고 대구는 9.2%, 강원도는 6.9% 올렸다. 제주도만큼 높은 데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도지사와 시장은 도민들에게 미안해서라도 “받은 세금을 절약해서 쓰겠다”는 ‘말씀’이라도 한 번 해야 할 거 아닌가.

말 한마디 없다. 늘어난 세금 부담으로 도민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친구는 작은 감귤밭 재산세가 크게 늘어나자 고민 끝에 1년 만기 정기적금 대출을 받고 9월 재산세를 내겠다고 한다. 또 어떤 친구는 마이너스통장으로 낸다.

폭탄은 이것만이 아니다. 이 가을의 끝, 11월에는 종합부동산세가 또 나온다. 가을엔 태풍만 아니라, 세금폭탄도 줄지어 오고 있다. “막막하다”는 말이 결코 엄살이 아니다.

▲세금은 적을수록 좋다고 하는데 우리는 거꾸로 간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세수는 늘 모자란다. 석유 같은 천연자원도 없으니 집과 땅에라도 세금을 왕창 물리겠다고 한다.

두 번째는 정치적 이유다. 세금으로 가진 자를 혼내는 것을 조세 정의라고 하면서 가진 자와 안 가진 자를 갈라쳐 표를 모은다.

최근 4~5년간 공시지가를 세 배까지 올렸다. 그 결과로 도민들의 재산세 부담이 2~3배 훌쩍 뛰었다. 이게 무슨 정의인가.

게다가 재산세, 취득세 등 지방세는 물론이고 상속세,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국세에다가 건강보험료까지 줄줄이 오르게 됐다. 이를 누가 ‘폭탄’이 아니라고 하나.

어제 또 하나의 가을 태풍 난마돌이 지나갔다. 가을 태풍은 도민을 괴롭히지만 선물도 주고 간다. 바다 밑을 뒤집어 어족 자원을 풍부하게 하고 대기 오염물질도 쓸어갔다.

난마돌이 지난 뒤 새파란 가을 하늘을 보며 묻는다. 가을 ‘세금폭탄’이 지난 뒤엔 무엇이 올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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