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과 제주문화의 세계화
오징어게임과 제주문화의 세계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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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9월 중순 추석을 맞아 집에 왔던 큰딸이 “‘오징어 게임’을 보자”고 말해 순간 당황했다.

기자가 아는 ‘오징어 게임’은 보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친구들과 즐기던 놀이였는데 그 게임을 보자는 말이 낯설었다.

“넷플릭스에서 새로 방송되는 드라마”라는 딸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보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기자는 지난해 추석 연휴를 오징어 게임과 함께 했다.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오징어 게임은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한동안 오징어 게임은 많은 관심을 받았고 시나브로 관심은 가라앉았다.

그런 오징어 게임이 올해 1월 극중 ‘깐부 할아버지’로 출연했던 배우 오영수가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다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 지난 7월 오징어 게임이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인 에미상 후보에 지명됐다는 외신이 보도되면서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기자는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다.

지난 13일 국내 언론은 일제히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는 보도를 일제히 쏟아냈다.

황동혁 감독은 석세션의 마크 로드, 캐시 얀, 오자크의 제이슨 베이트먼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감독상을 받았다.

극중 기훈역을 맡았던 이정재 역시 제레미 스트롱, 브라이언 콕스, 아담 스콧, 밥 오든커크 등 막강한 후보들을 따돌리고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비영어권 최초로 감독상을 받은 황 감독은 이날 수상 소감에서 “비영어 시리즈의 수상이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희망한다”라며 “또 이 상이 제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길 바란다. 시즌 2로 돌아오겠다”라고 기쁨과 희망을 밝혔다.

한국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정재는 “연기자는 언어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이 많다”라며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번 수상을 통해 증명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스릴러 장르로 소화해낸 오징어 게임에 대해 외신도 “뛰어난 연기, 기억에 남는 캐릭터, 창의적인 사건들로 가득한 강력한 작품”(포브스), “유쾌한 어린 시절의 게임을 어둡게 비틀어 대중문화의 감성을 자극했다”(뉴욕타임스)라고 호평했다. 한국 문화가 전 세계인의 감성을 휘어잡은 것이다. 

문화 교류는 상호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친밀도가 높아지면서 다른 분야의 교류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는 최근 20년 사이에 이런 문화의 힘을 목격하고 있다.

K팝과 K드라마는 물론 한국 영화와 온라인 게임, 웹툰 등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면서 이는 경제적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제주 역시 제주를 배경으로 촬영한 작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제주의 풍광은 물론 제주어, 해녀, 제주 문화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제주어, 해녀 등이 주목을 받았으며 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제주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였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제주의 풍부한 유·무형 문화자산이 국민들은 물론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제주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주 문화를 바탕으로 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실제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외부 자본이 아닌 제주 자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Jeju컬처’가 세계인의 이목을 끌 수 있도록 민관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은 문화콘텐츠가 전 세계인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언어가 아닌 메시지와 주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제주 문화가 전 세계인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소통의 방법에선 메시지와 주제가 굉장히 중요하고 그 주제가 많은 사람과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배우 이정재는 에미상 수상소감에 공감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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