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깔따구 유충’ 사태, 허술한 정부 대책 원인
제주 ‘깔따구 유충’ 사태, 허술한 정부 대책 원인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2.09.14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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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수질관리 감사서 드러나
왼쪽부터 인천 공촌정수장, 인천 부평정수장, 제주 강정정수장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 제주 강정정수장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의 크기는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감사원 감사보고서 갈무리.
왼쪽부터 인천 공촌정수장, 인천 부평정수장, 제주 강정정수장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 제주 강정정수장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의 크기는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감사원 감사보고서 갈무리.

정부의 미흡한 수돗물 위생관리 종합대책이 제주 상수도의 안전을 위협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인천시, 제주특별자치도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먹는 물 수질관리 실태 감사’의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환경부는 2020년 7월 인천시 지역의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자 전국 484개 정수장을 대상으로 위생관리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환경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깔따구 유충이 고도정수처리공정의 ‘활성탄지’를 통과하는 반면 표준정수처리공정의 ‘모래여과지’는 통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내고, 고도정수처리공정 개선 중심의 수돗물 위생관리 종합대책(1차 대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깔따구 유충이 통과하지 못한다고 결론 냈던 표준정수처리공정인 강정정수장에서 2020년 10월과 이듬해 2월 잇따라 깔따구 유충이 발견되자 환경부는 다시 전국 정수장을 대상으로 위생관리 실태조사를 실시했으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환경공단에 용역을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는 정수장마다 발견되는 유충의 종류가 서로 다름에도 인천시에서 발견한 유충만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해 그 결과를 토대로 2차 대책을 수립했다.

특히 강정정수장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의 크기는 실험 대상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제주도는 환경부의 2차 대책에 따라 2021년 8월부터 방충망 설치, 모래여과지 역세척 속도 개선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깔따구 유충은 지금까지도 강정정수장에서 발견되고 있다.

유충의 통과 여부를 명확하게 결론 내리기에 한계가 있었던 1차 대책에 이어 2차 대책마저 유충의 크기를 고려하지 않은 실험 결과를 통해 비합리적으로 수립되면서 제주지역 수돗물의 안전이 저해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환경부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깔따구 유충 종류, 정수처리공정, 운전조건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실험을 수행해 표준정수처리공정에서 유충을 제거할 수 있는 최적의 운전조건을 도출할 방침이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환경부의 2차 대책에 따라 조치를 취한 이후에도 강정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되고 있지만 배수지 전단에 설치된 정밀여과장치를 통해 모두 제거되고 있다”며 “각 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은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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