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시장 인사청문회 계속해야 하나?
행정시장 인사청문회 계속해야 하나?
  • 한국현 기자
  • 승인 2022.09.0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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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계속해야 하나?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부적합’ 판정을 받은 후보자를 제주시장에 임명하면서 ‘인사청문회’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이럴 바엔 하지 말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제주시장 후보자는 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농지법 위반 논란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서귀포시장 후보자는 농지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으나 도의회 인사청문회가 ‘적합’ 의견이 냈고 오 지사는 그를 시장에 임명했다. 

제주지역 농민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즉각 반발했다. 오 지사의 양 행정시장 임명 강행을 싸잡아 비난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제주도의회의 청문 결과와 반대로 투기와 농지법 위반이 밝혀진 행정시장 임명을 강행한 것은 오 지사가 진정으로 도민을 주민으로 섬기려고 했는지, 구태와 단절하고 개혁적인 도정으로 나아가려고 하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게 한다”며 “오 지사는 행정시장 임명 강행을 철회하고 첫 단추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임명 강행을 철회하지 않으면 오영훈 도정은 개혁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도 비판에 가세했다. 특히 제주시장 임명 강행에 대해 법적 조치까지 거론했다. 허용진 국민의힘 제주도당 위원장은 “오 지사는 농지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 즉시 농지 처분 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자체 조사를 벌여 부정이 확인될 경우 행사고발 조치해야 한다”며 “오 지사가 강 시장을 형사고발하는 등 공무원으로서의 직무를 제대로 이행하는 지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또 “오 지사 본인이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은 적이 있어 시장 후보들이 농지법을 위반해도 공직수행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냐”며 아픈 곳을 건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 지사는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 행정시장 인선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교훈 삼아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 채찍으로 삼겠다. 도민들의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는 발탁 인사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두루뭉수리 넘어갔다.  

도의회 인사청문회에 이어 오 지사의 임명 강행. 양 행정시장이 취임한 지 9일이 지났다. 자진 사퇴하거나 임명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이 또한 지나가리? 그러나 이번에 또 ‘무용론’이 제기된 인사청문회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개선해야 한다. 안 그러면 아예 폐지하던지. 그렇지 않으면 행정시장을 공모할 때마다 ‘보은 인사’, ‘짜고 치는 고스톱’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행정시장 직선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논란은 증폭될 것이고 도의회 인사청문회의 ‘부적합’ 의견에도 임명을 강행하는 일은 계속 벌어질 것이다.

행정시장 인사청문회는 민선 6기 원희룡 도정 후반기에 도입됐다. 당시 제주도의회 의원이었던 위성곤 국회의원이 제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행정 전문가가 아닌 선거공신이나 도지사 측근들이 시장에 임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행정시장을 공모하고, 도지사가 내정자를 발표하고, 도의회가 후보자를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열고, ‘부적합’ 의견이 나와도 임명을 강행하고 하는 일이 되풀이 되면서 말이 많았다. 인사청문회가 완전히 요식행위로 전락하는 사례를 도민들은 지켜봤다.

인사청문회 소속 의원들은 옛 자료를 찾아가며,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후보자의 문제점을 들춰내고 ‘부적합’ 의견을 내보지만 도지사가 임명을 강행하면 그만이다. 인사청문에 참여했던 의원들을 맥빠지게 했던 사례가 한 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개선돼야 하고, 안 그러면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사청문회 대신 외부 전문가 등이 포함된 자체검증단을 구성해 시장 응모자들을 대상으로 심사를 한다든지 등등. 

오 지사가 제주형 기초지치단체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주민투표, 정부 설득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행대로 오는 2026년 지방선거가 치러진다면 러닝메이트제도 좋을 듯 싶다. 이종우 서귀포시장도 지난 달 24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특별법 취지에 맞게 행정시장은 러닝메이트제가 돼야 한다”며 개인의 의견을 피력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행정시장 인사청문회, 이제는 정말 수술대에 올려 놓고 손질을 해야할 때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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