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에서 나를 찾는 여행
백운산에서 나를 찾는 여행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8.3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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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 광주광역시 서부교육지원청 전문상담순회교사

아이들이 성장하니 여름휴가는 바다로 가는 것보다 산을 선호하게 된다.

무더운 여름 잠시 일터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한 힐링을 해 보면 어떨까? 남편은 여름휴가를 멋지게 계획하였다. 직원 부부들과 1박 2일 힐링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5팀의 부부가 광양에서 모였다. 1차 여행에서 다 보지 못한 와인 동굴을 견학하고 광양제철수련원에서 1박을 하였다.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잔다는 건 굉장한 친밀감을 형성한다. 남자 여자 두 팀으로 나뉘어 남편들 뒷담화도 하고 수다를 통해 한껏 친해졌다.

둘째 날은 백운산으로 정했다. 일명 자연의 숲에서 나를 찾는 여행이다.

광양 백운산은 해발 1222.2m로 한반도 남단 중앙부에 우뚝 솟은 산으로 봉황, 돼지, 여우의 세 가지 신령한 기운을 간직한 남도 제일 명산이다. 백운산은 98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고 멧돼지, 고라니, 수달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백운산 4대 계곡인 성불, 동곡, 어치, 금천 계곡에는 맑고 깨끗한 물이 사시사철 흘러넘친다.

산림치유를 통해 수령 60년이 넘는 삼나무, 편백나무, 소나무, 참나무로 어우러진 숲길을 활용한 숲길 프로그램과 명상, 족욕, 아로마테라피를 활용한 면역력을 높이고 마음의 행복을 찾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다.

일반인 신청이 가능해 6쌍의 부부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입구에 도착하니 오늘 행사를 진행할 치유사님이 우리를 맞이했다. 손에 든 모든 물품을 사물함에 넣었다. 현대인이 잠시도 놓지 못하는 핸드폰까지 제출했다. 3시간만이라도 핸드폰에서 자유를 느껴보기로 했다.

로비에 모여 간단하게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바로 숲길을 걷기로 했다. 숲길 입구에서 지팡이 하나씩을 주었다. 지팡이에는 백운산의 상징인 봉황과 돼지, 여우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기왕이면 맨발로 땅의 기운을 느껴보자며 맨발을 권하셨다. 맨발에 지팡이 하나씩 들고 편백나무 숲을 거닌다.

치유사님은 잠시 자신의 핸드폰에서 음악을 켜주면서 지팡이 하나를 부부가 함께 잡고 몸이 가는 대로 느껴보라 하신다. 남편은 일명 댄스타임이라 생각하고 지팡이를 당겨주고 밀어주며 음악에 몸을 맡기게 했다. 워밍업을 통해 손과 발에서 땅의 기운을 느껴보고 자유롭게 몸을 풀었다. 드디어 숲길을 걷는데 맨발이라서 인지 땅의 기운이 내 몸으로 스며드는 좋은 느낌이었다.

좋은 사람과 자연에서 새소리를 듣고 숲향을 느껴 본다. 치유사님 안내에 따라 12명이 자유롭게 설 수 있는 곳에서 호흡법을 배웠다. 날숨과 들숨을 통해 내 속에 있는 나쁜 에너지는 모두 버리고, 좋은 공기를 채운다. 욕심은 버리고 자유를 채운다. 스스로에게 올 한 해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축복하며 내 안에 맑은 영을 채운다.

다시 숲길을 걷는다. 언덕을 오르며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내 숨결을 느껴본다. 중간 휴식이 필요할 때 푸른 나뭇잎 여러 장이 붙은 나뭇잎 하나씩을 집어 보란다. 두 사람이 가위바위보를 통해 이긴 사람이 진 사람 얼굴에 붙여 보는 게임이 진행되었다. 얼굴에 땀이 나서 나뭇잎이 착착 붙는다. 여러 모양을 골고루 얼굴에 붙이고 다른 팀을 보니 절로 웃음이 넘친다.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손을 잡고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며 밀어주고 당겨주는 숲길이 더없이 즐겁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한참을 걷다가 촬영하기 좋은 곳에 정자가 있고 치유사님이 두 명씩 기념사진을 찍어 주었다. 방금 전 얼굴에 붙인 나뭇잎에 부부마다 포즈도 다양하여 사진을 찍으며 기념을 남긴다.

마지막 100m 정도는 황토 바닥으로 깔아 놓아 맨발로 걷기에는 촉감이 더없이 좋았다. 함께한 사람들 발을 모아 사진을 찍으니 발만 보아도 재미있는 작품 사진이 되었다. 그냥 걸으면 1시간 되는 거리를 중간중간 미션을 수행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시작점에 도착하였다. 간단하게 발을 헹구고 족욕실로 안내되었다.

족욕실에서는 적당한 물에 아로마향을 넣고 치료사님은 두 사람씩 족욕을 하며 마실 수 있는 허브차를 주셨다. 적당한 운동과 약간 지친 상태에서 족욕을 통한 따뜻함이 더해지고 시원한  에어컨 속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니 이곳이 바로 천국이다. 

치유사님은 족욕이 끝나자 요가실로 우리를 안내하였다. 그곳에서 오늘의 활동을 돌아보며 잔잔한 음악을 틀어 주었다. 음악에 취해 잠이 들려고 하자 나뭇잎 하나씩을 주며 사랑하는 이에게 주는 편지를 쓰라고 하였다. 오랜만에 쓰는 손편지에 우리의 정서는 어느새 연애 시절로 돌아갔다. 서로 쓴 편지를 읽으며 소감을 나누고 프로그램은 마감되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숲에서의 3시간 프로그램으로 나를 찾는 여행에 일반인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나를 위한 최고의 휴가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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