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 ‘서귀포문학관’ 건립을 위한 서귀포 문인들의 몸부림
가칭 ‘서귀포문학관’ 건립을 위한 서귀포 문인들의 몸부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8.2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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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상 서귀포문인협회 사무국장

서귀포시가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된 지 어느새 3년째.

그동안 생태문화 씨앗 분야, 창의 문화 농부 분야, 미래문화 텃밭 분야, 서귀포다운 문화도시 브랜드 분야, 시민주도 문화도시 기반 구축 분야 등 5개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면서 올해에도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만드는 예술 살롱과 지속 가능한 문화 정책을 생산하는 정책랩, 문화실험실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학을 담아낼 ‘그릇’이라 할 수 있는 변변한 문학관이 없어 과연 법정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이 있다고 할 것인지 의문시된다.

수년 전부터 원로 문인을 중심으로 서귀포에 문학관을 건립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서귀포 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는가 하면, 서귀포 칠십리 시(詩) 공원을 중심으로 부지 물색에 백방으로 나서고 있으나 문인들만으로는 ‘땅 짚고 헤엄치기’이다.

그러는 새 제주시에는 공립 제주 문학관이 들어섰다. 이제 그와 상생할 수 있는 서귀포 문학관 건립은 더욱 절실해졌다.

서귀포지역의 원로 문인들은 “정지용, 박목월, 서정주 등이 일찍이 서귀포에 머물며 창작활동을 벌였던 점, 한국 현대사와 현대문학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애향 서귀포’를 담아낼 공간 마련은 문학인들의 소원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서귀포에는 무수히 흩어져 있는 문인의 발자취가 곳곳에 서려 있다. 서귀포에서 처음 문단에 데뷔한 김광협 시인의 ‘유자꽃 피는 마을’ 시비는 천지연폭포 가는 길목에 세워져 있고, 196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문학의 거장 박재삼 시인을 비롯한 지역 원로 문인들의 시비는 2008년에 건립된 칠십리 시(詩) 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천지연재해위험지구 지정사업으로 건립되면서, ‘재난’을 ‘예술’로 승화시킨 서귀포시민의 위대한 혼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서귀포를 배경으로 한 유수한 작품과 풍부한 자원이 서려 있었음에도 문학관 건립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도민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재 서귀포에는 소암기념관, 기당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예술의전당이 존재하나 정작 전국 도시마다 있는 문학관은 없는데, 행정뿐만 아니라 도민의 관심 부족으로 공론화의 장도 없었다. 

둘째, 차별성 부족이다. 문학관은 작품의 정신을 재구성해 교육장 장소로 승화되어야 하고, 사색의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여러 예술공간과 차별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셋째, 주체성 부족이다. 안정업 서귀포문인협회장은 “법정 문화도시 서귀포의 ‘화룡점정’이 되기 위해서는 서귀포 문인사회가 시작부터 주체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주체성을 강조했다.

다행히 서귀포문인협회는 해마다 시로 봄을 여는 서귀포와 서귀포문학 세미나를 열어왔고, 올해는 제1회 서귀포 칠십리 문학상을 제정하는가 하면 오는 9월 1일부터 4일까지는 도·내외 300여 명의 문인들을 초청한 가운데 칠십리 시공원 일원에서 ‘서귀포 칠십리문학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전국 문학관 건립 실태와 운영사례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여 법정 문화도시로서의 면모를 일신시킬 계획이며, 특히 문학상 당선작인 배한봉 시인의 ‘서귀포 외돌개’에 대한 창작곡을 선뵐 예정이다.

지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제주를 세 번 다녀가면서 제일 먼저 보고 싶어 하는 게 문학관이었다고 한다. 이유는 제주의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문학관은 도민의 정신이고 문화의 집이라는 이런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

문인 역시 후학 양성, 문학학교 등 지역주민과 상생 방안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 수년 내에 120여 곳에 달하는 전국적 공·사립 문학관 현황에 서귀포도 하루빨리 추가되었으면 하는 열망을 담아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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