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교육과 보육도 이제는 점차 무상으로 국가가 떠안아야
영유아 교육과 보육도 이제는 점차 무상으로 국가가 떠안아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8.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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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철 전 전교조전국초등위원장·초록교육연대 대표·시인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된 박순애 장관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을 추진하겠다”라고 하여 8월 초 전국이 들끓었다.

학부모 단체들과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 교원단체들, 야당, 언론 등으로부터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졸속 행정이라는 질타와 반대가 이어졌다. 

결국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8월 8일 박순애 장관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다음 날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국회 교육상임위에서 “정부는 그 안을 계속 고집하거나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우리나라 영유아들의 교육과 보육은 교육부 산하의 ‘유치원’과 보건복지부 산하의 ‘어린이집’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원 예산 규모도 다르고 시설 기준, 교사 양성, 교육과정 등의 차이로 인한 불평등 구도가 크다. 그래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소위 ‘유보통합’을 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온 지 오래다.

교육부의 안대로 5세 이상의 아이들을 의무교육인 초등학교로 흡수한다고 해도 ‘5세 미만 아이들은 어찌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전국의 200만여 명의 영유아와 그 학부모들, 38만의 영유아 교육 관련 당사자들은 처한 이해관계에 따라 불만이 존재해 왔다.

필자도 단계적으로 ‘유보통합’을 통하여 국가가 초, 중등교육처럼 영유아 무상교육으로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워킹맘들의 육아, 보육 부담을 줄여주어 출산율 저하 문제 해결의 한 방편으로 삼기 바란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도 ‘유보통합’ 공약을 하였기 때문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면 풀어나갈 수 있다.

필자는 2010년 1월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으로 교육 탐방을 간 적이 있다. 그때 그쪽 나라들의 교육 문화를 보면서 많은 울림을 받았다.

내용을 다 소개할 수는 없고, 스웨덴의 ‘푸투룸’ 학교 이야기만 조금 하겠다.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 950여 명의 학생들 교육이 한 학교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철저하게 교육과정이 프로젝트 중심의 통합형, 협력학습으로 이루어진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배움이 일어나도록 교사는 협력자의 위치에 있다. 학년과 교실 구분도 크게 따로 없다. 몇 살 나이 차이가 나도 같이 어울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학습을 한다.

그 학교에서 눈길을 끈 것 중의 하나가 영하 20도의 강추위에도 아이들이 눈썰매를 가지고 운동장에 나와서 눈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비가 와도 아이들은 우장을 하고 나가서 하루에 2시간씩은 논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철저하게 하루 9시간 이상 잠을 재우도록 하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긴다고 한다. 유치원 영어교육을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5세 아이들이라면 한창 놀면서 커야 할 시기이다. 피아제의 아동발달 이론을 굳이 인용할 필요도 없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사람과 자연과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대단하다. 끊임없는 질문을 통하여 사물을 이해하고 자신과 일체화를 시키는 과정을 거치며 성장한다. 

그들은 어디든 데려다 놓으면 놀이규칙도 스스로 정해서 그들끼리 잘 어울려 논다. 굳이 그런 아이들에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크게 간섭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간섭은 오히려 아이들의 호기심, 상상력, 창의성과 사회성 발달을 제약할 수 있다.

바람의 감촉을 느껴보고, 밤하늘의 별빛, 달빛도 받으며, 때론 눈도 맞고, 비도 맞고, 나비도 쫓으며 놀게 하는 거다. 그들의 상상력을 우주로까지 확산하는 것이다. 

6살에 학교에 들어가서 한글을 배우고 셈 공부도 할 것을 5살로 가져와 교실이라는 공간에 가두어 놓는다면 그 부담감과 스트레스는 어떠하겠는가? 

아이들의 인권을 위해서라도 어릴 때는 놀리면서 공부는 그들이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도록 좀 여유를 갖고 키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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