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각시
“부러, 바람 앞에 틈을 내준 밭담들 보라/어글락 다글락 불안한 열 맞춤에도/쉽사리 허물어지지 않는 엇각을 지니고 있다(이애자 시인 시 ‘제주 사람’)”
제주 특유의 시적 발언들이 잇따른다.
이애자 시인이 최근 펴낸 신작이자 한그루 시선의 스물 한 번째 시조집 ‘풀각시’다.
총 4부에 걸쳐 59수의 시조를 묶은 이 시조집은 1부 ‘어머니 붉은 하루를 소리 없이 파먹었다’에서 노루발 외발처럼 달깍달깍 힘든 걸음도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맨발로 달려나가는 어머니의 삶을 그렸다.
또 2부 ‘산 날을 헤아려보니 둥근 날도 꽤 많았네’에서는 일상에 투영된 시인의 깊고 고요한 시선이 담겨 있다.
3부 ‘불착 젖은 갈중이 소금꽃이 필 즈음’에는 제주 사람들의 지난한 생활사를 그렸다.
4부 ‘홀로 나앉아 촛불 하나 켜는 섬’에서는 제주의 아픔이자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4·3을 담고 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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