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
독학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8.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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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安藤忠雄) 친필 서명본

제주 본태박물관·유민박물관 등 설계
빛·콘크리트 활용, 자연과의 조화 특징
자서전 속 친필 서명본, 설계 드로잉 포함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전(展) ‘도전(挑戰)’에 수록된 대표작 ‘빛의 교회(光の教会)’와 저자 모습.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전(展) ‘도전(挑戰)’에 수록된 대표작 ‘빛의 교회(光の教会)’와 저자 모습.

헌책방에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찾으시는지라 당연히 서점에 진열된 책들의 장르도 다양하기 마련이지만, 그 중에는 책방지기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더 풍부한 책을 갖춘 분야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책방을 예로 들자면 제 전공이 전공인지라 아무래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서양의 역사학이나 그와 관련된 분야에 조금 더 다양한 책들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인문학 분야 외에도 비록 우리 책방에 갖춘 책들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워낙 잡식성인 제 취향에 따라 좀 엉뚱한 관심 분야가 하나 있으니 바로 건축 부문이다. 문과 출신자인 제가 생뚱맞게 웬 건축에 관심이 있을까 싶으실 테지만, 거기엔 나름 사연이 있다.

제 중학생 시절 얘기이다. 당시 기술 과목 수업 때 선생님이 내 주신 숙제가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을 설계해서 제출하라는 거였다. 나름 상상력을 발휘해 며칠을 궁리해서 제출했더니 선생님이 개중에 수작이라시며 교무실로 따로 불러 나중에 이쪽으로 공부를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어린 학생이 그린 설계도가 무에 그리 좋다고 그런 칭찬을 하셨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날 이후 나의 장래 희망은 한동안 건축가였다. 그 선생님이 격려 차원에서 하신 말씀이 꼭 예전에 한동안 베스트셀러였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21세기북스)와 같았다고 할까.

나중에 결국 수학을 싫어했던 제 탓으로 선생님의 그 격려는 수포로 돌아갔지만, 이번엔 동생이 건축을 전공하면서 의도치 않게 ‘건축’과의 인연이 계속되었다. 헌책방을 다니면서도 동생에게 주워들은 건축가들의 책이 보이면 한 번 더 살펴보게 되었고, 걷다가 어느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한 작품이 있다면 부러 찾아보게도 되었다.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친필 서명본 ‘연전연패(連戰連敗)’와 ‘도전(挑戰)’(왼쪽 부터).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친필 서명본 ‘연전연패(連戰連敗)’와 ‘도전(挑戰)’(왼쪽 부터).

그렇게 알게 된 건축가 중에 우리 책방과 유난히 인연이 많은 이가 있다. 개인적인 인연이 있을 까닭은 전혀 없지만, 책으로 그것도 그냥 책이 아니라 그의 친필 서명본으로 지금까지 일곱 권 정도가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세권이 있는 그의 서명본에는 늘 자신이 설계했던 작품의 드로잉이 포함되어 있어 특별하다.

그가 바로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1941~)다. 고등학생 시절 프로복서로 입문한 적도 있었던 그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에 심취해서 전문적인 건축 교육을 받지 않고도 독학으로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연전연패(連戰連敗)' 속 친필 드로잉과 서명.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연전연패(連戰連敗)' 속 친필 드로잉과 서명.

그가 왜 그리 세계적인 건축가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내 눈으로 직접 본 그의 작품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게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외관이 모두 ‘노출 콘크리트’로 표현 되었고, 또 하나는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가 ‘빛의 교회(光"フ教会)’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빛을 잘 활용한다는 점, 그리고 그 모두가 주변의 자연환경과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나 같은 문외한에게도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노출 콘크리트 덩어리(?), 그리고 그 속에 비치는 빛이라는 어찌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이 서로 잘 어우러지게 보이도록 만드는 게 바로 그의 작품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싶다.

안덕에 있는 본태박물관, 섭지코지에 가면 볼 수 있는 유민박물관과 글라스하우스…멀리 가지 않고도 우리 제주에서 감상할 수 있는 그의 작품들이다.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전(展) '도전(挑戰)' 속 드로잉(인쇄물)과 친필 서명.
안도 다다오(安藤忠雄) 전(展) '도전(挑戰)' 속 드로잉(인쇄물)과 친필 서명.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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