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해적(海賊)과 고구마의 제주도 유입(流入)
일본해적(海賊)과 고구마의 제주도 유입(流入)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8.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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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시인·칼럼니스트

“고구마를 제주도에 맨 처음 들여온 사람이 누군 줄 아니?”
술이 좋아 벗이 좋은 건지 벗이 좋아 술이 좋은 건지, 한 달에 한 번 만난다. 넌 영어가 입 밖으로 나오면 취했다는 표시이다. 날 두고 하는 말이다. 칭찬인지 빈정거림인지 굳이 가름해 뭬 하랴. 개 버릇 남 주나. 평생을 영어 가르치며 살아왔는데, 술이 벗들을 학생으로 착각하게 했는가보다. 그나저나, 궂게 말해도 달게 듣는 벗들 아닌가. 
“글쎄, 고려 때 문익점이 목화씨를 붓두껍에 넣어 밀수해 왔었다는 얘기는 초등학교 때 배웠는데, 제주도 이 섬에 처음 고구마를 누가 가져왔을까?” 
벗들이 학생처럼 더욱 궁금해한다. 

이세끼는 제주 주재 전 일본총영사이다. 그가 뉴제주일보에 기고한 내용이다(2022년 1월 14일). ‘애초에 제주에 고구마가 어디서 유래됐는지 살펴본다. 1765년으로 추정되는데, 이때는 고구마 재배가 널리 정착되지 못했다. 1880년대, 가파도와 우도에서 일본어민들로부터 재배법이 전해진 이후부터라고 한다.’ 일본어민들이 가파도와 우도에 고구마를 처음 가져왔다고? ‘탐라기년(耽羅紀年)’을 펼쳐본다.

‘탐라기년’은 김석익(金錫翼)이 정리·편찬한(1915) 제주의 역사기록집이다. 이 책에서는 일본사람은 해적이다. ‘탐라기년’은 일본사람들이 제주도에 침입하여 노략질한 내용을 세세히 기록하여 보여주고 있다. 
사실(史實) 몇 가지를 보자. ‘왜적이 들어와 노략질했다. 안무사 이명겸이 이들을 공격하여 달아나게 하였다(1451).’ 이런 기록만도 그 횟수가 무려 30여 회이다. 목사 장림(張琳)이 명월에 목성(木城)을 쌓았다. 비양도에 왜구의 배가 왕래하며 정박하기 때문이다. 또한 별방(구좌 하도리)이 우도에 가까워 왜구들이 다니는 요충이므로 성을 쌓아 방호소를 김녕에서 옮겨왔다(1510). 목사 김태정이 왜구의 배 2척을 우도 근처에서 포획하였다(獲倭賊二艘於牛島附近)(1581). 목사 권진(權軫)과 판관 한근(韓瑾)이 파직되었다. 왜적이 침입하여 백성에게 해를 끼치게 한 이유이다. 이러니, 제주목사로 부임할 때는 두 가지를 걱정했었다. 굶주림을 어떻게 긍휼(矜恤)할 것인가, 일본해적들로부터 어떻게 방호(防護)할 것인가. 

세종대왕은 일본에 대하여 어떤 걱정을 했었을까? 임종이 다가왔음을 느꼈는지, 동부승지(비서실장) 정이한(鄭而漢)을 불러 말한다. 서거(1450년 3월 30일) 보름 전이다. ‘왜인과 야인을 대하는 것이 결코 쉽거나 작은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평안에 빠져 있다가 혹 해이해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언제나 하루와 같이 정신을 바짝 차려 조금이라도 느슨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일이다(接待倭野人 所係匪輕…中略 當謹愼常如一日 毋或少弛…後略)(세종실록 32년).
대왕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임진년(1592) 왜란이 터졌다. 임란 후 사명대사는 선조의 국서(國書)를 갖고 일본으로 건너간다. 도구가와 이에아스(德川家康)를 만나 강화를 맺고, 포로 3500명을 데리고 귀국한다. 이 일을 위해 현해탄을 건너가며 하늘을 본다. 그의 시(詩)의 부분이다. ‘…갈 길은 멀고 먼데 하늘엔 구름조각도 없고(萬里長空無片雲)/방 하나에 홀로 있으니 사람들 기묘가 눈에 뜨이네./虛室戶居觀衆妙)…후략.’ 중묘(衆妙)에서 무리(衆)는 왜인들이며, 알다가도 모를 묘한(妙) 사람들이라는 암시이다. 끝내, 한반도는 두 동강 나고 만다. 그 근원은 제국주의 일본이다. 지금도 그들은 제국주의 향수에 빠져있다. 

전 일본총영사(이세끼)는 우도와 가파도에 일본어선이 갔었다고 한다. 어선인가, 해적선인가? 우도와 가파도는 일본어선의 조업권 안에 있는 섬인가? 

해적질하며 떨어뜨린 고구마
전파(傳播)라며 왜곡·생색낸다.
역사를 모르면 되풀이된다.
미래에 다시 온다 그 역사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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