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것들이 수상해
요즘 것들이 수상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8.0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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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건 시인

우연히 TV에서 ‘요즘 것들이 수상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별 이상한 프로그램이 다 있다는 생각으로 보게 되었는데, 새로운 직종을 개발하고 새로운 직업세계를 일궈가는 신세대의 삶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들이 잔잔한 감동을 주었고, 요즘 신세대의 직업관이나 가치관이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달라졌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여기에 소개되고 있는 사람들은 기성세대가 눈여겨보지 않는 영역을 자신의 특기로 개발하고, 자신의 자아성취를 위한 직업으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이를테면 청소업으로 진출한다든지, 음료자판기 자영업을 한다든지, 자신의 취미를 살려 캠핑 장비 임대업을 한다든지 하면서, 흔히 말하는 워라밸과 직업적 성취를 동시에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이들이 선택한 직업은 굳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고 있고, 무엇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의 흥미나 취미 등은 무시된 채, 기계적으로 학원과 과외에 내모는 모습은 이제는 너무나 흔한 풍경이다. 그 결과 부모는 경제적 궁핍으로 내몰리고, 아이들은 획일화된 성적제일주의에 휘둘리면서 학업지옥에 갇혀 사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욕망을 대리 충족시켜주는 로봇이 아니다.

에릭 번이라는 학자는 우리 마음을 ‘부모 자아’, ‘아이 자아’, ‘어른 자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부모 자아’는 어린 시절부터 겪은 부모의 행동, 말투, 생각이 들어 있고, ‘아이 자아’는 어린 시절에 느낀 아이가 느낀 감정과 생각 등이 저장되어 있으며, ‘어른 자아’는 ‘부모 자아’와 ‘아이 자아’가 보내주는 정보를 근거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역할을 한다.

이 중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이 ‘부모 자아’라고 한다. 특히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부모 자아’는 아이의 일생을 좌우할 정도로 힘이 세기 때문에, 건강한 ‘아이 자아’도 만들어지지 않고, ‘어른 자아’도 힘을 쓸 수가 없다고 한다. 그 결과 우리 인생은 불행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늘 성적제일주의를 비판하고, 사교육 팽창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찾아 헤맸지만, 이제는 이익집단이 되다시피 한 사교육에 밀려 공교육이 제대로 자리 잡을 여지가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거창하게 교육개혁을 부르짖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부모 자아’, ‘아이 자아’, ‘어른 자아’를 갖춰나갈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조성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다행히 ‘수상한 요즘 것들’은 잘못된 ‘부모 자아’를 거부하고, 건전한 ‘아이 자아’와 ‘어른 자아’를 스스로 구축해나가면서, 자아실현의 올바른 길로 들어서는 ‘요즘 것들’의 가치관을 보여주고 있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굳건하게 짜놓은 가치관과 세계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찾아내고, 그 과정을 통해 건강한 삶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1980년대의 영화처럼,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성적이 안 좋아도,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흥미와 적성에 따라 자신만의 세계를 꾸준하게 키워나가는 사람이 결국, 성공하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마음속에 되새겨 본다.

더 많은 ‘수상한’ ‘요즘 것들’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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