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통시장 체감경기 '전국 최저'…8월 전망도 암울
“올해만큼 명절 대목이 기대되지 않았던 때도 없었어요.”
추석을 한 달 앞둔 9일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명절 대목에 대한 기대감을 묻자 하나같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유례없는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잠잠해지는가 싶었던 코로나19까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명절 특수를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16년간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철기씨(68)는 “어느 때보다 명절 대목이 기대되지 않는다. 돼지를 비롯한 고기가격이 많이 올라 손님들이 구매를 잘 안 한다”며 “관광 성수기인 8월 매출까지 예년보다 30~40% 감소해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고 말했다.
38년째 야채 가게를 운영 중인 박모씨(63·여)는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어제(8일) 육지부에 폭우까지 내려 안 그래도 비싼 채소가격이 더 오를 것 같아 걱정”이라며 “대목을 기대해서 물건을 받았다가는 상인들이 다 죽는다. 그만큼 물건이 팔리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산 가게 업주 임영란씨(58·여)는 “명절 특수에 대한 희망이 전혀 없다. 손님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매출이 지난해보다도 절반가량 줄었다”며 “작년에 갈치 한 마리를 팔면 1000원을 남겼는데 현재는 200원밖에 남지 않는다. 포장재의 가격도 올랐다”고 전했다.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도 치솟는 물가에 한숨을 내쉬기는 매한가지였다.
주부 강모씨(65)는 “사과 한 개에 3000원인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과일뿐만 아니라 축산물, 수산물 등 안 오르게 없다”며 “올해 추석은 비용부담이 커 제수용품을 간소화해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가 고공행진으로 소비자 지갑이 닫힌 가운데 제수용품 가격급등까지 우려되면서 시장 경기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지역 전통시장 체감경기지수(BSI)는 43.1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이는 전월 대비 32.4포인트 급락한 수치로 하락폭은 전국에서 가장 컸다.
8월 전통시장 전망BSI는 한 달 전보다 10.8포인트 떨어진 73.5로 이달 전망도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더 많고, 100 미만이면 악화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김지우 기자 jibregas@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