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
아들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8.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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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서귀포 휴양림의 건강 산책길을 걷는 데, 앞서 두 팔을 크게 흔들며 힘차게 걷고 있는 분들이 계셨다.

전망대로 가는 교차길에 함께 쉬게 되어 그 중 한 분께 연세를 물어봤다.

“나…작년에 팔순”

그분들을 보니 환갑(還甲), 회갑(回甲), 화갑(華甲)이라 부르는 61세는 청년이란 말이 맞다.

또 70세 칠순(七旬)을 고희(古稀)라고 부르던 때는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이다.

이제는 77세 희수(喜壽), 80세 팔순(八旬), 88세 미수(米壽), 90세 구순(九旬), 99세 백수(白壽)로 인생은 달린다.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가 올해 4월 기준으로 내놓은 자료를 보니 제주도내에는 100세 이상을 사는 장수 노인이 203명이나 된다.

십수년전만하더라도 100세를 사는 분이 계시면, 어떤 분이실까. 취재라도 해봄직 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모두 손사래칠 것만 같다.

▲‘100세 시대’는 개막됐다. 

이는 축복임에 틀림없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지않는가.

그러나 한편으론 100세 시대가 달갑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남자가 피해야 할 세 가지 악재로 초년 출세(出世), 중년 상처(喪妻), 노년 무전(無錢)이라고들 말한다. 

농담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이 백세 장수에 대해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는 조사결과도 그렇다. 고독과 질병, 가난이 노년기를 지배한다면 이는 재난이다. 

장수가 달갑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것은 결코 환영할 일은 아니다. 노년의 삶을 자유롭고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여유나 의료 등 생애주기에 따른 개인적 그리고 사회적 장치가 필연적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관점이며 그에 상응하는 준비다. 

▲서귀포 휴양림 길에서 만난 팔순 어른들은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분일 것이다.

사실 그렇다.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 린다 그래튼과 앤드루 스콧의 저작 ‘100세 인생’은 우리가 지금부터 잘 준비하면 장수를 저주가 아닌 선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 흥미로운 자료가 나온다. 

2007년생 아이 절반이 생존했을 것으로 예측되는 최후의 시점에서 그들의 나이는 미국 104살, 독일 102살, 프랑스 104살, 영국 103살, 그리고 일본 107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 15살 중학생 절반은 21세기를 가로질러 22세기, 2107년에도 살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0세 시대 개막’에 대한 대책은 그래서 시급하다. 그동안 우리네 인생은 교육·취업·은퇴라는 삶의 경로가 주어져 있었다. 그런데 100세 시대는 변화를 요구한다. 당장 60세 전후로 은퇴한 다음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는 노인세대나 노인세대로의 진입을 앞둔 장년세대에겐 매우 중요한 실존적 문제가 됐다. 

▲제주특별자치도가 ‘100세 시대 위원회’와 같은 선구적 조직을 만드는 것도 한번 검토해 볼 만하다. 100세 시대는 개인만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들 세대에게 꼭 말하고 싶은 것은, 은퇴한 다음 여생을 설계하는 것은 너무 늦다. 앞으로 하나의 직업만으론 인생 살기 어렵다. 취업과 은퇴를 한 번만 하는 게 아니라 두세 번 반복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인생 경로가 바뀌게 된 만큼 100세 인생 준비에 적극적 관심을 갖고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쉽게 이승과 저승의 삶을 얘기한다.

하지만 저승에 다녀온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이승에서의 두가지 세가지 인생을 잘 준비한다면, 100세 시대는 더 없이 좋은 축복이 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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