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자여행허가제 제주 적용 착수…무사증 무력화 우려
정부, 전자여행허가제 제주 적용 착수…무사증 무력화 우려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2.08.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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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불법 취업 외국인들의 ‘기착지’로 악용되고 있는 무사증 제도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전자여행허가제’(K-ETA)를 제주에도 적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역 관광업계의 반발이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정은 전자여행허가제가 제주에 적용될 경우 무사증 제도의 도입 목적이 반감될 뿐만 아니라 팬데믹 여파로 휘청이는 제주관광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관광업계와의 공동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법무부는 제주도에 전자여행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전자여행허가제는 무사증 입국 가능 국가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현지에서 출발하기 전에 전자여행허가제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각종 정보를 입력하고 여행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전자여행허가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국제 관광도시의 특성과 무사증 제도 등을 감안해 제주도만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법무부가 전자여행허가제 적용 지역에 제주를 포함하려는 이유는 무사증 입국이 재개되면서 제주를 찾은 외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단이탈이 잇따르고 있고, 최근에도 전세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한 태국인 중 상당수가 입국 불허돼 본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 입국을 위한 전자여행허가를 받지 못한 외국인들이 면제 지역인 제주로 우회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등 제주가 우리나라에 불법 취업하려는 외국인들의 ‘우회적인 기착지’로 악용되고 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2일부터 3일 사이 제주에 도착했다가 입국이 불허된 태국인 220명 중 206명은 이미 전자여행허가 불허 이력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는 제주에 대한 전자여행허가제 적용에 앞서 제주특별자치도와 지역 관광업계 등으로부터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이지만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제주도는 5일 도내 관광업계는 물론 제주관광공사(JTO), 제주도관광협회(JTA) 등 관광 유관기관 및 제주출입국·외국인청과 회의를 갖고 법무부의 전자여행허가제 제주 적용 방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전자여행허가제가 적용되면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전 심사가 이뤄져 무사증 제도의 ‘메리트’가 사라질 수밖에 없고, 코로나19로 끊겼다가 최근 들어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인바운드 수요에도 타격이 커 전자여행허가제 대신 불법 취업 목적의 외국인 입도를 막을 수 있는 ‘다른 대안’을 법무부에 제시하겠다는 게 제주도의 방침이다.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이 처음 논의됐던 2019년 당시에도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제주국제자유도시의 근간인 무사증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돼 비자제도로 회귀할 수 있고, 무사증 제도 자체가 제주관광의 핵심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도내 관광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제주도 관계자는 “도정과 지역 관광업계는 전자여행허가제 적용에 반대하고 있다. 아직은 법무부가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인 만큼 제주관광에 유리한 방향으로 설득해 나갈 예정”이라며 “무사증 제도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법무부에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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