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8.01 1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윤호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동국대 영상대학원 부교수

프랑스 칸영화제가 사랑하는 미국 감독 중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이 에단 코엔, 조엘 코엔 형제다.

이들이 연출하고 2007년에 개봉한 영화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다. 제목만 봐서는 노인들의 사회복지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내용은 영 딴판이다. 멕시코 갱단들의 싸움터에서 200만 달러의 가방을 우연히 손에 넣은 르웰린 모스와 그 가방을 찾는 살인마 안톤 시거, 그리고 이들의 뒤를 쫓는 보안관 벨의 목숨을 건 추격전 얘기다. 

동전 던지기로 살인을 결정하는 안톤 시거를 노인 보안관 벨은 끝까지 따라잡지 못하는 것으로 노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도이다.

영화의 내용과는 별개로 이 영화의 타이틀이 주는 파장은 크게 다가왔다. 당시 유럽은 이미 고령화 사회를 관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도 2008년의 책 ‘나무’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기발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스무 개 중 ‘황혼의 반란’ 편에서이다.

미래의 어느 날, 프랑스는 인구 고령화로 의료보험 등 노인을 부양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자 정부에서는 70세 이상의 노인들을 격리하는 비밀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그런 와중에 몇몇 노인들이 이송 중 탈출하여 숲에 들어가고 이전에 탈출한 노인들의 공동체에 합류해 기존 사회에 대항한다는 내용이다. 사회에서 능력과 비용 문제로 노인을 배제하자 노인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신선한 발상이지만, 그 씁쓸함은 영화 제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떠올리게 한다. 

이와 관련된 최근 영화로는 ‘퍼펙트 케어’(I Care A Lot)라는 영국 영화가 있다. 노인들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하여 법을 악용하는 여자 변호사 얘기다.

수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담당 의사와 작당하여 돈 많고 혼자인 할머니를 심신박약자로 만들어 자신이 법적보호자로 지정받은 다음 그녀를 요양원에 강제 입원시키고 재산을 맘대로 갈취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어림없는 일이지만, 법이 잘 보호한다는 영국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이 영화에서 사건은 바로 그 할머니가 잔인한 러시아 마피아 두목이 숨겨둔 어머니였기 때문에 벌어진다. 마피아 두목과 악녀 변호사는 할머니를 두고 서로를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이고 우여곡절 끝에 두 악당은 동업을 하여 승승장구하지만, 그 최후는 허망하게 끝난다는 소동극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노인을 지켜야 하는 법정이 무심한 판사와 영악한 변호사에 의해 오히려 노인을 학대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였다. 

신(神)이 인간에게 늙음(老)과 죽음(死)을 주는 것에 대한 해석은 각자가 다를 것이다. 분명한 것은 모든 생명은 태어나면 살아내야 하고 또 늙고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 탄생 49억년 중에서 38억년이 생명이 탄생하고 살아낸 기간이다. 현재의 생명 중 바이러스든 하루살이든, 작은 나무 하나도 38억년을 끊임없이 노력해서 빚어낸 결과물이다. 즉 현재가 모든 생명에게 있어 최상의 모습이다. 따라서 인간이 그 어느 생명보다 낫다고 할 수 없고 최상의 조건으로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모든 생명은 동등하다.

그럼에도 인간이 다른 생명에 비해 집요하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행복일 것이다. 행복의 조건은 많다. 의식주 해결, 사랑, 사회적 성공(자아실현)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건강이 아닐까 한다.

아픈 사랑은 있어도 실패한 사랑은 없듯이 굴곡이 많고 적음이지 성공한 인생과 실패한 인생이 따로 있을까? 빈손으로 왔다가는 인생에서 여행길 조금 잘 갔다고, 조금 더 돌아갔다고 그게 대수일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우리가 각자 챙겨야 할 것은 건강이다. 어떤 마음도 건강을 이기기는 어렵다. 육신의 고통, 병마의 고통 앞에서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건강은 나의 마음을 지켜주는 기둥이다.

나의 생각과 마음을 위해서도 몸이 건강해야 한다. 필자의 어머니와 주변 어르신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