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없소?
누구 없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7.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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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애 동화 작가

무료한 시간. 텔레비전을 켰다. 더워서 죽겠는데 짜증 나는 뉴스뿐이다. 채널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패널들이 나와 여당이 어쩌고 야당이 어쩌고 하며 오리발을 내밀거나 편들기가 한창이다. 지겹다. 에잇, 유튜브나 보자. 끝없는 싸움질에 짜증이 날 즈음 임윤찬의 피아노 연주를 들었다. 아름다운 선율을 메마른 마음속으로 흘려보낸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클래식이나 피아노에 대해 잘 모른다. 모르면 어떠냐. 무식한 귀라도 들어서 좋으면 되는 거고 느끼면 되는 거지. 개뿔도 모르면서 임윤찬 열풍에 덩달아 휩쓸리는 것 같은 나 자신을 이렇게 합리화시켜 본다.

임윤찬이 누군가? 얼마 전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한 피아니스트다. 나이 겨우 18세. 바흐의 곡을 연주할 때는 바흐에게 영혼을 바치는 느낌으로 연주를 했다고 하며 또 다른 곡을 연주할 때는 우륵의 가야금을 생각했다고 한다. 고난도의 곡을 너무나 완벽하게 연주를 해서 심사위원이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잘했으면 그럴까. 우승에, 청중상에다 특별상까지 3개의 상을 독차지했으니 참 대단하다. 게다가 상을 받았다고 해서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니까 더 노력하겠다는 소감이 더욱 감동이다. 나 같은 문외한이 곁눈질하게 된 것은 어쩌면 십대 같지않은 성숙함과 겸손한 마음가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요즘 세계인이 그에게 열광하는 중이고 그의 연주를 보기 위하여 연주회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그는 클래식계의 BTS인 셈이다. 그런데 요즘 세계적인 클래식 콩쿨은 한국의 십대들이 다 휩쓸고 있다고 한다. K팝에 이어서 K클래식이 세계를 강타하는 중이다.

어디 클래식뿐인가. 손흥민은 펄펄 날았고 방탄소년단은 세계무대를 찢었다. 무려 50개의 대회에서 우승한 태권 소녀도 있다. 타고난 영재성에다 흘리고 또 흘린 땀방울의 결과다. 잔꾀가 통하지 않은 그야말로 전쟁터 같은 세계무대에서 오직 실력으로 우뚝 선 이런 젊은이들을 보면 내 자식이 아닐지라도 자랑스럽고 흐뭇하다. 우리나라는 예술이나 스포츠 분야는 물론 기술 분야도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국가다. 제대로 정치를 하고 이렇게 뛰어난 개개인과 기업의 역량을 모으면 얼마나 폭발적인 에너지가 될 것인가. 요즘은 국민의 역량을 발휘할 무대를 만들어주어야 할 정치가 발전은커녕 스스로 퇴보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 안타깝다 못해 짜증이 난다.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인데 유독 정치만이 후진성을 면치 못해서 국민을 제대로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임윤찬 같은 청년들이 나라의 국격을 높이고 있다면 정치인들은 나라를 이상한 사회로 만들어 가는 중이다. 지나친 비약인가? 옳고 그름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내 편이냐 아니냐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면 분명 이상한 사회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불행하게도 불의할지라도 내 편은 괜찮다는 식의 진영 논리가 팽배해 있다. 패거리 정치 문화의 영향이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나 최빈국에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이 역동적인 국민들로 하여금 단합된 에너지로 뭔가를 보여줄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 아닐까 한다. 정치도 경제도 안정되어서 우리의 멋진 청년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은 좁다. 세계를 향해 날아가라.’라고 적극적으로 판을 깔아주고 등을 떠밀어주었으면 좋겠다. 어느 분야에서든 제2, 제3의 임윤찬이 많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진흙탕 같은 정치판에도 실력과 인성과 염치를 갖춘 걸출한 인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진흙탕의 쓰레기도 좀 치우면서 흙탕물을 맑게 할 한줄기 샘물이 되어줄 누군가가 절실하게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그런 정치인은 어디 없을까? 글을 마무리할 무렵 노래 한 소절이 마음을 훑고 지나간다. 거기 누구 없소? 누구 없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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