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
새로운 출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7.26 1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미경 수필가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나게 마련이다. 아들의 확실한 독립을 위해 스스로 갈 길을 찾아 나섰다. 아쉬움과 함께 섭섭함이 밀려온다. 빈방을 정리 하면서 더욱 실감한다. 

요즘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 만큼 어려운 시기다. 대학 졸업 후 몇 년째 전공을 살리지 못한 채 일자리를 구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서 번번이 그만두고 말았다. 제대로 취업하지 못한 상실감 때문인지 말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축 처진 어깨에 자신감마저 상실한 모습이여서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 마음도 함께 무너진다. 
아들은 며칠 전 까지도 몸이 아프다며 방에 틀어박혀 끔적도 하지 않았다. 별다른 이유 없이 온갖 핑계를 대며 짜증을 부린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 서로 마주치는 눈빛마저 낯설었다. 남편은 그런 아들을 보며 짜증의 연속이다. 본인은 오죽할까?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느끼는지 하루하루가 지쳐갔다.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보다는 자포자기에 가까웠다. 

IMF 외환위기 이후 취업문제에 빗장이 걸리면서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공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그룹공채가 사라지고 계열사 별로 필요한 인력을 그때그때 충원하는 인력 채용 방식이 청년 실업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합격자 발표 날이다. 커다란 모니터 앞에 아들과 함께 나란히 앉았다. 엔터키만 누르면 합격의 여부를 알 수 있다.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다 보니 발표에 앞서 무척이나 긴장된 모양이다. 떨리는 손으로 엔터키를 누르는 순간 환호성이 터졌다. 순간의 기쁨은 무엇으로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너무 기쁜 마음에 부자(父子)는 서로 부둥켜안고 위로의 말과 함께 축하의 말을 건넨다. 당당히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합격을 한 것이다. 지난 3년은 불안과 고통, 좌절이 함께한 힘겨운 싸움의 시간이었다.  

고통의 파도는 가장 높은 정점을 찍고 나서야 잔잔해졌다. 부서진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는 또다른 새로운 물결이 만들어진다. 하루아침에 아들의 고민은 눈 녹듯 사라졌다. 서둘러 취업 준비에 나섰다. 우선 회사의 규정에 따라 신체검사를 시작으로 사원으로서의 준비가 시작된다. 돌아보면 대학시절 부터 집을 떠나 오랬동안 객지 생활을 하며 기숙사 생활을 물론 친척집을 오가며 스스로 모든 걸 해냈다. 

언제그랬냐는 듯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활기찬 생동감이 넘친다.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다. 실업의 고통만큼이나 사회생활은 더 힘들 것이다. 마음을 단단히 굳히고 실업 시절의 고통을 생각하며 잘 견뎌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돌아보면 두 아이를 키우면서 고통스러운 날도 있었지만 기쁨을 준 날이 더 많았다. 언제든 집 밥이 그리우면 내려오렴, 엄마는 항상 내편에서 응원한단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