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고래들
꿈꾸는 고래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7.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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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

색소폰 앙상블 ‘꿈꾸는 고래들’과 함께 ‘오티즘 슈퍼스타 K’에 참여했다.

그동안 길거리 버스킹도 여러 차례 했던 터여서 아이들이 잘해낼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막상 현장에서 다른 팀들의 준비와 열기에 나조차도 주눅이 드는 상황이라 긴장한 아이들이 행여 일시 정지 상황이 벌어질까 내심 걱정이었다. 

첫 곡을 연주할 때 관중들의 호응이 뜨뜻미지근하다 싶더니, 두 번째 곡 ‘학교 가는 길’에서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관중들에게 얼마나 친숙한 곡을 연주하는지에 대한 차이에 불과했고 댓글반응도 좋았다.

‘꿈꾸는 고래들’, 우리 아이들과 만난 지도 4년 차다.

탐라장애인복지관으로부터 발달·자폐성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악기를 가르쳐 달라는 요청을 받았었다. 지금은 우리 아이들이 대견해 보이고 개성이 조금 다를 뿐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첫해는 아이들과 만나야 하는 일요일이 싫어질 정도로 힘들었다. 

누구에게나 배움의 시작은 힘들고 모두가 악기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중도에 그만두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인데, 선입견 때문에 나는 그것을 보통 아이들보다 느리다고 여겼다.

신경과 전문의 ‘올리버 색스’가 쓴 책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는 다양한 뇌 질환을 겪는 사람들의 얘기가 등장한다.

책 제목대로 사람 얼굴이 보이지 않아 아내를 모자걸이로 착각한다는 음악교사 이야기, 지나간 모든 일을 기억하는 사람, 반대로 1분 전 과거의 일은 절대 기억 못 하는 사람, 11자리 이상의 곱셈 암산이 가능한 쌍둥이 형제 등 상상 이상의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비단 책 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이번 ‘오티즘 슈퍼스타K’에 출연자 중에는 엄청난 속도의 ‘쇼핑백 접기의 달인’이 있는가 하면, 서울의 지하철 노선을 머릿속에 완벽하게 그려놓고 지하철 노선의 순서를 묻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복잡한 경로 추정에 대한 사회자의 다양한 질문에도 스마트폰 속도로 답을 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이번 오티즘 슈퍼스타K에 참가하려는데 피아노 반주자 선생님이 갑자기 못 가게 되어 악보를 주면 금방 외워버리는 주원이에게 혹시나 하는 생각에 피아노 칠 줄 아느냐고 물었더니 역시나 단순 반주 수준 그 이상이었다. 3년 이상을 같이 지냈어도 이렇게 훌륭한 반주자를 옆에 두고 있었다는 것을 여태 몰랐다.

나는 주원이에 대해서만 몰랐던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과 4년을 지내면서 아이들의 재능과 역할을 생각하기보다는 보호대상으로만 여겼다.

고래 이야기만 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법조문을 다 외우는 천재성을 발휘하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점을 발견하여 사건과 소송의 문제를 해결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시청하다보면 우리는 우영우와 함께 울고 웃으며, 우영우를 통해 성장하지 못하고 갇혀 있는 어린아이 같은 면들과 어떤 면에서는 보통 이상의 능력을 보이는 자폐에 대한 다양한 면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 다른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등장했던 다운증후군 영희가 실제 화가로 활동하고 있듯이 오티즘 엑스포에 가면 발달장애인 예술가들의 아름다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우영우와 같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해피엔딩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현실은 우리들의 편견으로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신께서 우리 모두를 다르게 만들었기 때문에 세상은 돌아가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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