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가슴속까지 시원한 커피 이야기
무더운 여름, 가슴속까지 시원한 커피 이야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7.1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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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대 월간커피 발행인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커피는 무엇일까. 요즘 카페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커피는? 오늘 당신이 점심 식사 후에 마신 커피는? 정답은 모두 아메리카노이다. 아니 아메리카노라고 추측한다. 억측일지 모르지만, 아마 이 질문에 대해선 대부분 돌아오는 응답은 아메리카노일 것이다.

아메리카노의 정확한 이름은 카페 아메리카노(Caffé Americano)이다. 이탈리아식 명칭인데,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타서 만드는 커피를 일컫는다. 그 유래에 대해선 소위 ‘썰~’이라고 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 점령군으로 진주한 미군이 너무 쓴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를 자신들이 마시기 좋도록 물로 희석해서 마셨기 때문이란 설(設)이 단연 유력하다. 아메리카노란 이름에는 점령군인 미군을 어느 정도 비하하는 뜻도 담겨 있었다. 

아메리카노에 대한 커피 애호가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아예 커피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부어 희석했으니 커피 향미가 제대로 보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비롯됐지만, 다른 커피 메뉴에 비해 물로 희석함으로써 묽은 물맛이 도드라진다는 것이다.

에스프레소에 더 많은 양의 물을 넣어 만드는 커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카페 룽고(Caffé Lungo)이다. 에스프레소 룽고라고도 얘기하는데, 룽고(Lungo)는 이탈리아어로 ‘길다’라는 의미이다. 에스프레소는 25~60㎖의 물로 18~30초간 30㎖ 정도를 뽑지만, 룽고는 약 1분간 추출 시간을 길게 늘임으로써 130~170㎖의 물을 사용한다.

물을 많이 쓴다는 건 아메리카노와 룽고가 비슷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메뉴이다. 같은 양의 원두를 사용해도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 추출 기준에 맞춰 뽑은 커피를 물로 희석하는 방식이다. 

룽고는 추출 시간을 연장하여 전체 추출되는 커피의 양을 늘리는 커피라 원두의 구성 성분이 추가로 더해진다. 에스프레소보다 신맛이 덜하며 쓴맛이 부각되고 카페인도 더 많이 나온다. 대신 에스프레소를 뜨거운 물로 희석하는 아메리카노는 추출과정에서 커피 성분이 추가되거나 추출 시간이 길어 카페인이 더해지지 않는 대신 맛에 민감한 커피 애호가들에게는 물맛이 나는 커피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커피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커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커피 시장에서 커피음료를 가장 많이 파는 스타벅스에서도 상위 매출 10위권 내의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나 자영 카페들도 아메리카노가 단연 베스트셀러 커피다. 젊은 소비층들은 날씨나 기온에 상관없이 사계절 내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가장 많이 찾는다. 어떤 커피 애호가는 아메리카노 몇 잔은 마셔야 하루가 간다고 얘기한다. 카페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사람들은 메뉴판을 볼 새도 없이 ‘나는 아메리카노’를 외친다. 

왜 우리는 아메리카노에 꽂혔을까. 우리는 어느 계절을 막론하고 왜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걸까. 아이스아메리카노 줄임말인 ‘아아’나 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라는 뜻의 ‘얼죽아’가 유행어로 자리 잡을 만큼 얼음 채운 잔에 에스프레소를 붓고 찬물로 희석하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일까. 심지어는 추워 죽을 것만 같은 한겨울에도 많은 사람이 한결같이 ‘아아’를 즐겨 찾는 것일까.

정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커피를 무척 좋아하거나 커피가 직업인 사람을 대상으로 몇 가지 답을 구해봤다. 첫째는 다른 메뉴에 비해 ‘가격이 착하다’는 게 이유였다. 다음은 점심 먹고 나머지 시간에 커피를 마셔야 하는 샐러리맨들에게는 아메리카노가 ‘딱’이라는 것이다.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빠르게 후루룩 마실 수 있는 ‘아아’를 선호하게 되고 향을 음미하기보다는 카페인 충전을 목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에겐 아메리카노만 한 게 없다는 의견도 있다. 식문화와 연결 지어 설명하기도 한다. 다양한 맛이 섞이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다면 아메리카노가 입가심하기에는 깔끔해서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용량이 넉넉한 잔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잘 뽑은 에스프레소를 부으면 얼음을 타고 흘러내리는 그 모습만 봐도 청량감이 느껴진다. 다음은 찬물을 그 위로 부으면서 컵의 끝까지 채워 넣으면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만들어진다.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까닭은 그 행위가 힙(hip)하다는 것과 현대인의 잦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 안성맞춤의 커피가 ‘아아’라는 것이다.

찌는 듯한 여름이다. 이 더위를 식혀줄 가장 시원한 커피 메뉴는 무엇일까. 망설일 것 없이 아이스아메리카노이다. 습도가 높고 푹푹 찌는 지금이 가슴속까지 시원한 ‘아아’를 즐기기엔 아주 제격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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