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온 ‘눈물의 강’
다시 온 ‘눈물의 강’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7.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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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6월 소비자 물가상승률(7.4%)이 1998년 11월(7.6%) IMF(외환위기)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도민들의 체감은 이미 IMF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식당 카페등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삶은 마치 살얼음 위를 걷는 모습이다. “가게를 당장 그만두고 싶어도 대출을 받아놓은 게 있어 그러지 못하고 있다“거나 ”물가와 금리가 더 오르면 그대로 야반도주해야할 판“이라고 한다.

우려했던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가 실제로 닥치고 있나. 

신제주는 물론 구제주 중심도로변에 빈 가게도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고물가가 경기침체와 맞물리자 서민의 고통은 커졌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결과에서도 올해 1분기 국민고통지수는 10.6으로 통계 추산이래 가장 높았다. 서민들의 ‘눈물이 강’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IMF 때는 규모가 큰 호텔이나 기업들이 망했지만 이번 인플레 사태에선 소상공인들이 망하고 있다고들 한다.

지난 2~3년간 경제가 이미 침체한 상황에서 생활물가는 오를 대로 오르고, 덩달아 인건비도 오르고 원자재 가격이 연일 폭등하는 까닭이다.

학계에서는 이 난국에 대해 이런 분석도 내놓는다. IMF 때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문제가 생겼고 경제 전체적으로 모두가 어려움을 느끼던 때였지만 지금 인플레 상황에선 서민과 소상공인에게 고통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 IMF 때는 원유 가격은 올랐지만 지금처럼 곡물을 비롯한 전체 물가가 오른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서민들은 코로나19로 각자 빚을 내서 버텨왔는데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산덩이만 해졌다.

IMF 때와 달리 인건비가 오르고 있는 점도 소상공인들에게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75%다.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는 지난해 말 3.600~4.978%에서 올 들어 금리상단이 2.161%p 높아진 수준이다.

한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7월과 8·10·11월, 기준금리를 1.00~1.25%p 정도 더 올릴 것으로 보인다.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해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04%를 넘어셨다. 올 1분기말 현재 1859조에 달한다. 제주지역도 2022년 1월말 기준 가계대출이 17조6256억원에 이른다.

대출자 중에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지난해 이전의 저금리와 부동산가격 폭등 상황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집을 산 청년층과 서민들이 많다. 

금리가 1%p 오르면 제주지역 가계 대출자들이 추가로 물어야 할 이자만 1233억원 규모로 이전보다 30~40%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당분간 가계 형편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부도 내지 연쇄부도를 촉발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1998년 12월 IMF의 그해 겨울.

부실 기업들이 망하고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치며 많은 직장인이 눈물을 흘리며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다.

‘눈물의 강’이었다.

이제 다시 인플레 사태로 이번에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서민들이 담보로 잡힌 집을 잃고 일터의 문을 닫고 거리로 내몰릴 위기다. 한 세대가 가기전에 25여 년만이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양희은의 노래 ‘상록수’와 박세리의 맨발의 투혼이 아직도 눈에 생생한 데 다시 “아빠 힘 내세요”의 계절이 왔다.

가계부채로 인한 경제 파탄을 막기위한 대응책과 신속한 선제 조치가 급하다. 계속 논란이 되는 금융권의 예대금리차를 축소하고 대출금리 인상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해졌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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