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소망하며
평화를 소망하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5.1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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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수필가/덕수초 교장

지난 4월 평화, 생명, 인권교육의 일환으로 3-6학년 어린이들이 4.3의 유적지인 섣알오름 학살 터, 백조일손지묘와 큰널궤를 둘러 보았다. 전교생이 4.3 그림책 「나무도장」을 읽고 작가 권윤덕님과의 대화의시간도 가졌다. 4.3의 흔적들을 통해 평화․인권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은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느끼지 못한다. 6.25전쟁과 제주 4.3사건을 직접 겪은 우리 부모 세대들의 이야기만으로도 전쟁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안다. 경제난으로 허덕이면서도 핵개발에 돈을 쏟아 붓는 김정은을 생각하면 북한주민이 불쌍하기도 하고,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염려도 된다.

지난 해 제주의 문인들 여럿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전쟁의 슬픔」이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베트남 작가 바오닌(Bảo Ninh)을 만났다. 그는 열일곱 살 때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고 전쟁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다. 그것을 자전적 소설로 쓴 것이 「전쟁의 슬픔」이다.

베트남 전쟁의 아픈 흔적들을 직접 돌아보며 전쟁의 참상을 실감했던 터라 그를 뵙는 일이 왠지 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대한 생각을 묻자 는 말과 함께

“전쟁 중에 있었던 일이라 다 이해하고 용서한다. 나는 전쟁을 겪어봐서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안다. 오히려 전쟁을 겪고 나서 평화의 소중함을 알았다. 북한과 한국, 베트남과 중국은 서로 위험한 관계에 있다. 지금도 세계는 끊임없이 분열하고 있으니 세상에서 전쟁을 막을 수 있을지 염려된다. 하지만 서로 총을 겨누는 일만이라도 피했으면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은 안 된다.”

용서한다는 그 말과, 평화를 염원하는 그의 절절한 마음이 잠시 모두를 먹먹하게 했다. 다른 분이 핵전쟁을 염려하는 질문을 했다.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인류의 양심이 핵만은 막아내야 한다면서 핵무기에 대하여 불감증인 청년들, 젊은 사람들이 히로시마를 볼 필요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쟁의 참상을 보고 평화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일본의 나가사키 원폭 박물관을 둘러볼 보았을 때의 참담함이 다시 떠올랐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1945년 8월 9일 11시 2분에 시계바늘은 멈추었지만, 시간은 살아 흐르며 역사를 만들고 있다.

작가가 시, 소설, 수필 등등으로 삶을 이야기 하듯이 우리들 각자의 생활은 다르겠지만, 공통의 책무가 있다면 이 땅에 평화를 위해, 더 나아가서 전쟁을 막는 일에 연대하는 일이다. 청소년들에게 평화, 생명, 인권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백조일손지묘에 흰 국화 한 송이씩 바치는 아이들의 마음이 평화의 꽃이 되고 열매가 되리라. 평화로운 인류공동체를 만드는 일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희망이 모아질 때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작은 실천을 시작할 때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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