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신의 사랑
그 여신의 사랑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7.0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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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수필가

연애란 수수께끼 그대로 남겨 두고 싶은 마음의 메카니즘이다. 사랑이 시작될 때 이미 거기에는 지루한 설명이 필요없게 된다.

연애는 철두철미하게 자신의 일밖에 생각하지 않는 남녀의 얘기다. 그래서 사랑하는 그 행위는 비사회적이고 개인적이 되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게 되면 이성을 잃게 되고 자신의 사랑이야말로 유일무이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연애는 인간끼리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신화, 전설 속에는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연애가 얼마든지 있다. 때로는 잔인하게 그리고 비참한 결말을 맺으면서도 신들에게 매료당하기도 하고 유혹하기도 한다. 죽은 자들의 영혼과 요정들이 사랑에 빠지는 얘기가 가슴을 울릴 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경우 여신들의 빼어난 아름다움 때문에 더없는 질투의 대상이 되어 사랑을 잃는다.

애욕과 미의 여신이라 불리는 아폴로디테도 그녀가 사랑한 남자와는 이루어지지 않고 그녀를 차지한 남자는 대단한 추남이었다.

미모로 따지자면 제주신화에도 결코 뒤질 수 없는 아름다운 여신이 있다. 제주도 산방산 암굴의 여신 산방덕이다. 

산방덕은 여신이긴 하였으나 어느 날 인간세계로 나왔다. 인간세계에 나온 이상, 이성이 그리워졌다. 열여섯의 산방덕이에게 사랑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사실, 바라지 않았다 해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보고 뭇 사내들이 그냥 두질 않았다. 그녀 주위를 맴돌던 사내 중에 고승이라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둘은 첫눈에 끌렸다.

두 사람은 해가 저물기만을 기다렸다 비밀의 장소에서 만났다. 밤새 얘기를 나누고 사랑하다 풀숲에 아침이슬이 맺힐 때쯤에 헤어졌다. 두 사람이 그렇게 예쁜 사랑을 키워나갈수록 둘을 갈라놓으려는 음모들이 꾸며졌다.

산방덕의 미모를 탐하던 많은 남자 중에 주관의 직에 있는 남자가 산방덕을 뺏으려고 했다. 그는 산방덕이의 연인 고승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귀양을 보내버린다. 

산방덕은 울부짖었다. 아무리 그래도 수습이 안 되는 상황에 산방덕은 인간세계에 환멸을 느끼고 만다. 이토록 무섭고 악으로 가득 찬 세상이라면 미련이 없었다.

두 번 다시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산방덕은 산방굴에 들어 가 버렸다. 거기서 바위 신이 되었다.

지금도 그 바위에서 물이 떨어져 샘물이 되었는데 자신의 불행과 고승에 대한 그리움으로 흘리는 산방덕의 눈물이라고 한다.

그리스의 여신들도 제주의 여신도 아름다움 때문에 겪었던 비극은 같나 보다. 아름다움은 숭고한 욕구이기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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