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시장은 시민이 직접 뽑는 게 맞다
(행정)시장은 시민이 직접 뽑는 게 맞다
  • 한국현 기자
  • 승인 2022.06.3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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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다. 오 당선인은 “제주특별자치도 단층 행정체제를 5∼6개 기초자치단체로 하고 제왕적 도지사의 권한을 도민과 나누겠다”고 밝혔다.
로드맵도 제시했다. 임기 2년 안에 도민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모델을 확정하고 2024년 하반기 주민투표를 거쳐 2026년 지방선거에서 도민이 직접 기초자치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도민공감 정책 아카데미도 열었다. 발제를 맡은 양덕순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의 민주성과 주민 참여를 보장하고 기관 구성의 다양성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설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형태의 기관통합형 기초자치단체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관통합형은 기초의회를 설치해 의원을 주민들이 직접 뽑고 기초의원 중 한 사람을 시장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의원들이 직접 집행부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시장 직선제는 아니다. 
기관통합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지난 1월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근거하고 있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주민투표를 거쳐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구성 형태를 다양화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제주특별법은 특별자치도 내에 시ㆍ군 설치를 금지하고 있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기관통합형 기초자치단체? 어떤 것인 지, 무슨 뜻 인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모르는 도민이 많다. 이번에 처음 듣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지방자치법에 근거하고 있지만 시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는 것도 아니다. 주민들이 뽑은 기초의원 중 한 사람을 시장으로 선출하는 것으로 도민 대다수가 요구하는 시장 직선제와는 다르다.
양 교수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모형 검토 가능 대안으로 ‘기관대립형 기초자치단체’도 제시했다. 기초자치단체를 신설하고 단체장과 기초의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이다. 
오 당선인도 “의회와 집행부가 구성된 기관대립형이 될 수도, 의원내각제처럼 기관통합형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제주도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모형을 찾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기관통합형이 될 지, 기관대립형이 될 지, 아니면 다른 방안이 제시될 지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
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은 시장을 내손으로 직접 뽑지 못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 입법이 무산되자 20대 국회 때인 2019년 8월 제주 출신 강창일 국회의원은 현행 행정시인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행정자치시장으로, 행정시장을 행정자치시장으로 개편하고 하고 시장은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20대 국회 회기 내에 심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동 폐기돼 아쉬움을 남겼다.
오 당선인이 제왕적 도지사의 권한을 도민과 나누겠다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모형도 제시됐지만 제주시와 서귀포시민들은 시장을 자기 손으로 직접 뽑고 싶어 한다.
기관통합형은 시장 직선제가 아니라 간선제 성격을 띠고 있다. 기관대립형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처럼 시장을 직접 선거로 뽑는 것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민들은 16년 동안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시장을 직접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시장은 도지사의 몫이다. 선거 때 공을 세운 인사들이 시장을 했다. 임기도 들쭉날쭉이다. 길어야 2년 가까이로 일을 할 만하면 바뀌곤 했다.
강창일 전 의원은 도민 여론을 바탕으로 시장 직선제를 주장하며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무산되기는 했지만 당시 대다수 도민들은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기억한다. 기관통합형은 도민들이 생소한데다 전국적으로도 도입되는 곳이 없다. 
제주특별자치도 단층 행정체제를 5∼6개 기초자치단체로 나누는 것도 너무 산만하다. 3개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제주시는 둘로 나누고 서귀포시는 지금처럼. 그리고 시장은 직선제로. 정부 설득과 법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도지사와 도민이 힘을 모으면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오영훈 당선인은 내일(7월 1일) 제39대 제주도지사에 취임한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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