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놀이와 짚배 체험으로 만나는 제주무속문화
굿놀이와 짚배 체험으로 만나는 제주무속문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6.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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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어린이, 청소년 신화교육의 현장을 찾아

제주도가 우리나라 무속문화의 보고(寶庫)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섬이라는 지정학적 특징과 결부되어 육지부에 비해 비교적 원형을 훼손하지 않은 채 오랜 기간 전승될 수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제주신화(본풀이)이다. 제주도에서는 신화를 본풀이라고도 한다. 신의 근본을 풀어 설명한다는 뜻의 본풀이는 제주 굿의 핵심적인 제차(祭次)의례 중 하나이다. 즉, ‘맞이’, ‘놀이’와 함께 심방에 의해 구연되는 신의 내력담인 것이다.

하지만 본풀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독립된 텍스트로서의 교육적 가치를 지닌다. 본풀이 안에는 실로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 이야기는 때로 상상을 초월하리만치 황당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나 인간적이다. 우리는 본풀이의 내용을 접하면서 당시 조상들의 삶과 지혜를 엿보게 되며 동시에 그것이 주는 의미와 가치가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만큼 제주신화는 우리에게 소중한 문화유산임에 틀림이 없다.

신화연구자 이병찬은 ‘한국 신화의 교육적 의의’(‘반교어문연구’ 제29집, 반교어문학회, 2010)라는 글에서 신화가 지닌 다양한 교육적 의의와 가치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신화가 언어 능력 향상의 기초자료가 되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등 의사소통 능력을 신장하게 하며, 사고력과 상상력의 제고를 통해 문학의 원류로서의 신화, 민족문학의 전개와 정수로서 의의를 지닌다고 했다. 또 그를 통해 민족정신의 원형탐구와 선조의 정신세계를 계승함으로써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주체성 정립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제주신화는 한국신화교육의 소중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4일부터 제주돌문화공원에서는 어린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제주신화예술공연을 관람하고 체험하는 교육행사가 6회에 걸쳐 열리고 있었다. 이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두 번의 굿놀이(꽃놀이/애기놀림/강태공수목수)를 관람하고 기메(삼승할망송낙/성주꽃 기메)와 짚배를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기메는 제사를 지내는 곳에 설치하거나 의례에 직접 쓰기 위해 창호지나 백지, 천 등으로 만든 신의 형상을 말하고, 짚배는 영등굿 같은 제차의식의 말미에 바다에 띄어 보내는 짚으로 만든 모형 배를 뜻한다.

이 교육행사에는 허남춘, 강소전, 김영철, 고춘식 같은 제주무속학 권위자와 전문가가 기획, 진행했다. 특히 김영철 심방은 기메, 짚배를 비롯하여 제주무구 제작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일상에서 좀처럼 접할 수 없는 제주무속문화를 참가자들로 하여금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게 함으로써 그 안에 담겨있는 미학적 특징과 정신적 가치까지 깨닫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문화체험교육이라고 생각했다. 정책적 차원에서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욱 발전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일본 무속신화 속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들의 모습은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보태져 기발하고 독특한 캐릭터로 재탄생되었다.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나 액션 판타지 영화 ‘토르’ 역시 신화적 세계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제주신화는 신과 인간, 또는 인간과 인간을 위시한 다양한 등장인물 간의 관계가 매우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그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사랑도 하고 질투도 한다. 가령, 부모의 노여움을 사서 시련을 겪기도 하고 자신의 성적욕구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원초적 감성을 표출하기도 한다. 그들은 다만 죽지 않고 초월적 직능을 발휘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처럼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는 제주무속신화가 실제 교육현장에서 좀 더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종교가 아닌 문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겠지만 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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