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제주호국원을 찾아서
국립제주호국원을 찾아서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6.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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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용 수필가

6·25 한국전쟁 72주년을 맞아 국립제주호국원을 찾았다. 한라산 자락 해발 650m 고지에 위치 해있어 자연경관이 포근함과 안정감을 준다. 아흔아홉골 골짝마다 계곡 따라 옥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은 주작(朱雀)의 소리와 같다. 

남쪽에는 어승생 오름이 자리하고 있다. 산등선에 올라 북쪽 바다를 바라보니 한결같이 만리(萬里)가 푸르다. 나뭇잎 사이마다 햇빛 드리우고, 뭇 풀과 활짝 웃고 있는 아름다운 꽃들의 모습은 국가유공자 영령들의 환생한 웃음이지 싶다. 

국립묘지는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 대한 마지막 예우로 모시는 곳이다. 

그동안 제주에는 국립묘지가 조성되어 있지 않아 제주 출신 유공자들이 육지에 안장되었거나 제주도 충혼묘지와 공동묘지에 안장되어 있었다. 

국가보훈처와 제주특별자치도의 10여 년의 노력 끝에 지난해 12월 8일 개원하게 된 것이다. 

그 숭고한 애국의 혼(魂)들이 이제 이곳에 안장함으로써 제대로 안식을 찾고 명예로운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

제주호국원은 전국에서 열두 번째 국립묘지다. 독립과 호국, 민주 유공자 등 대한민국 호국의 성지이며 영령들이 편히 잠들 수 있는 안식처다. 

국립제주호국원은 봉안묘와 봉안당 각 500기로 조성돼 1만여 명의 영령들의 안식처로 조성되었다.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사하고는 71년 만에 유전자 감식을 통해 고향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유해. 그동안 외롭게 무주 영혼으로 유령 했음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서글픈 일이지만 순국선열과 호국선열은 현재와 미래형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유공자들의 희생에 존중과 감사 그리고 그분들의 후손까지도 공손한 예와 위로는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곳 호국원과 떨어지지 않은 천왕사와 충혼각에서 들려오는 목탁 소리가 녹음을 타고, 깊은 산의 정적을 일깨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골을 타고 흐르는 은은한 독경 소리는 나의 가슴에 묘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고 형체도 없이 신의 손짓처럼 느껴졌다. 나의 발걸음은 어느새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부처님, 이곳 호국원에 모셔진 영령님들, 번뇌 망상으로 방황하는 무주 영혼들까지도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옵고, 인간사 모든 이에게 삼라만상(森羅萬象) 멸하게 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제주호국원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먹구름이 어스름히 밀려온다. 아직도 통일되고 있지 않음에 호국영령들의 눈물이 비가 되어 쏟아지려나 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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