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김 당선인 ‘도어스테핑’ 했으면
오, 김 당선인 ‘도어스테핑’ 했으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6.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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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해서 오영훈 도지사 당선인과 김광수 교육감 당선인이 다음 달 1일 취임하면 ‘도어스테핑’(doorstepping·약식회견)이란 걸 했으면 좋겠다.

두 당선인이 모두 취임 후 선결과제로 ‘도민 통합’과 ‘소통’을 약속하고 있는 만큼 이 도어스테핑이 그 취지에도 상당히 부합할 듯 싶다.

도어스테핑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우연히 생겨났다.

청와대를 나온 대통령이 출근해서 집무실 문(door)으로 들어가기 직전, 발걸음을 멈추고 기자들과 간단히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그게 계속되고 있는데, 우리식으로 표현해본다면 ‘출근길 회견’이다. 

필자도 예전에 청와대 상주 출입기자를 해봤지만 이 출근길 회견은 브리핑룸에서 하는 준비된 기자회견과는 분명 다른 방식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한 달 보름동안 20여 차례의 이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오, 김 두 당선인에게 도어스테핑을 권유하는 뜻은 다름 아니다. 취임 후 고위공무원과 선거 참모 측근들에게 여론을 들을 게 아니라 도민들을 직접 포용하고, 소통해 나가라는 얘기다.

잘 편성된 회견장에 나와 잘 짜여진 회견문을 읽고 그와 관련해 질문을 받는 기자회견을 벗어나야 한다.

물론 상당한 리스크 부담을 감수해야할 것이다. 윤 대통령도 어쩌다 이 도어스테핑을 하게 됐는데, 직설적인 답변이 논란을 낳기도 했다.

검찰의 민주당 인사 수사가 정치보복이 아니냐는 질문에 “민주당 정부 때는 안했느냐”고 반문(反問)한 것 등은 그 진의가 어떻든 통합과 소통, 배려와 포용과는 거리가 있는 발언이었다.

그래서 박지원 전 국정원장 같은 이는 “이런 식으로 (도어스테핑)하다가는 정말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가 터질 수 있다”며 “아마추어리즘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 도어스테핑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기자들의 질문이 정제되지 않아 부담스럽겠지만, 그것이 바로 가공되지 않은 생(生)민심의 전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듣기 어려운 민심을 실시간대로 아침마다 직접 전달받는 이런 소통 시스템은 언론사의 일대 변화다.

그런 걸 생각하면 오, 김 당선인도 취임해 이런 도어스테핑을 하면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공보관이나 대변인, 측근들이 아무리 도지사와 교육감의 뜻을 잘 전달한다고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낱 ‘전언(傳言)’일 뿐이다.

법정에서도 ‘전언’은 믿지도 않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형사소송법 310조의2는 전문(傳聞)증거(타인이 ‘누가 ~~라고 말했다’고 전하는 진술)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사실이 이럴진데 어떻게 ‘전언 행정’으로 도민 통합을 이루고 소통을 한다는 말인가.

그동안 도민들은 선거때는 도지사·교육감 후보들과 직접 소통하다가, 선거만 지나면 단절되는 ‘불통’을 겪어왔다. 

그래서 도지사가 지금 무슨 계획을 하고 있는지, 교육감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역사회의 갈등이 배가되고 깊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도민이 알고 싶어하는 일에 대해 피하지 않고 진솔하게 의중을 밝히면 도민들도 도지사·교육감의 의도를 확실히 알 수 있게 된다. 

그게 소통의 첫 걸음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먼저 기자부터 부지런해야 한다.

아침 일찍 질문 내용을 들고 출근 ‘도어’로 뛰어가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또 도지사·교육감도 아침마다 심사가 뒤틀리더라도 듣기 거북한 질문을 흔쾌히 받을 수 있어야할 것이다.

이런 일을 마다하지 않는 노력이야말로 민선 지사·민선 교육감 답고 언론다운 일이며, 그것이 도민 통합과 소통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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