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어린왕자를 만났더라
우리는 모두 어린왕자를 만났더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6.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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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Le Petit Prince·1943)

생텍쥐페리 실종 50주기 50프랑 입수
유로화 전 마지막으로 사용된 프랑화

‘어린왕자 특별전’ 광주 인문학당서
200여 종 번역본·팝아트·설치작품 등 전시
‘어린왕자’ 각종 외국어판(중국어·불어·영어판).
‘어린왕자’ 각종 외국어판(중국어·불어·영어판).

요즘 우리 책방을 찾는 손님 가운데 어떤 분들은 가끔 이런 질문을 하신다. 헌책이 좋아서 모으기는 하는 데 ‘과연 어떤 책을 어떻게 수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이다. 책 수집은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고 좋은 장서를 모은 분들도 많은 데 작은 헌책방의 책방지기가 그런 분들에게 조언을 드릴만한 처지는 못 되지만, 그럴 때마다 부족하나마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느낀 점들을 말씀드리곤 한다.

요약하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잡다하게 모으다 ‘제대로 망한 케이스’가 바로 저와 같은 경우이니 가급적이면 특정한 분야나 책에 집중하시는 게 좀 더 바람직한 방향인 것 같다는 내용이다. 뚜렷한 기준 없이 그저 관심가는 대로 물색없이 책을 모으던 학창 시절, 한 애서가 모임에서 만나 뵐 수 있었던 당대의 유명한 장서가들의 경우 다 갖추신 분들은 이런 저런 걱정이 없으셨지만, 수집하는 데 제한(금전이나 공간)이 있는 다수의 분들은 거의 대부분 특정한 분야에 집중해서 수집하셨다. 어떤 분은 오로지 시집만, 어떤 분은 족보만, 또 어떤 분은 한 책의 다양한 판본들만 모으셨다.

한 분야의 책들이 한 소장가에게 집중되니 장서의 시너지 효과가 크고, 상대적으로 공간 고민도 덜 하게 되니 이 얼마나 현명한 선택이었던가. 그런 분들의 가르침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나는 최근까지도 그저 손 가는대로 잡다하게 욕심만 부리다가 이제야 한계를 느끼고 최근 두 달여 동안 내친 책이 무려 21t이 넘는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 그대로 무거운 책을 다루느라 몸도 힘들고, 다 힘들게 모은 아까운 책들이라 내치는 내 마음도 아프다.

‘어린왕자’ 각종 판본.
‘어린왕자’ 각종 판본.

우리 손님들 중에는 이미 현명한 선택을 하고 수집을 시작하시는 분들도 있다. 오늘은 얼마 전 우리 책방을 찾으신 중년의 부부가 수집하는 책을 소개해 보련다. 그분들이 수집을 시작하고 이미 70여 종을 모았다는 그 책은 바로 프랑스의 비행사이자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1900~1944)가 1943년 발표한 ‘어린왕자(Le Petit Prince)’이다. 지구촌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미 수백 개의 어종으로 번역됐고,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번역본도 최소 수백여 종은 될 누구나 다 아는 책이라 수집 대상으로는 안성맞춤이기도 하다.

‘어린왕자’ 각종 한국어 번역판.
‘어린왕자’ 각종 한국어 번역판.

우리 서점에도 50여 종을 소장하고 있는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이 책의 내용 소개는 생략하고, 얼마 전 세계의 화폐를 수집하시는 선생님으로부터 세배도 안 드리고 ‘꽁 세뱃돈’으로 받은 또 하나의 어린왕자를 소개하겠다. 

1994년판 프랑스 50프랑 지폐 앞면(위)과 뒷면.
1994년판 프랑스 50프랑 지폐 앞면(위)과 뒷면.

이 어린왕자는 유로화를 사용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용된 프랑화로, 생텍쥐페리 실종 50주기를 기념해 발행한 1994년판 50프랑짜리 지폐이다. 여기에는 그의 사진과 비행기 도안이 앞뒤로 크게 자리 잡고, 그의 작품을 대표하는 어린왕자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도안이 아름답게 들어가 있어 세계의 화폐 수집가들이 탐내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지난 3일부터 오는 30일까지 광주광역시 동구 인문학당에서 ‘어린왕자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200여 종의 어린왕자 번역본 등 관련 도서와 팝아트, 설치 미술 작품도 함께 하는 이 전시는 아마도 생텍쥐페리의 생일(6월 29일)을 기념하기 위함이리라. 

며칠 남지 않았지만 혹여 광주에 가실 일이 있는 ‘어린왕자’를 사랑하시는 분들을 꼭 한 번 참관해 보시기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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