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호랑이’의 정체
‘검은 호랑이’의 정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6.12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임인년(壬寅年)이 60년만에 맞는 ‘검은 호랑이 해’라고 새해 벽두부터 야단을 했다.

그동안 1974년 갑인(甲寅), 1986년 병인(丙寅), 1998년 무인(戊寅), 2010년 경인(庚寅)도 호랑이 해였지만 천간(天干)이 달랐다.

올해 천간인 임(壬)은 큰물·호수·바다, 검은색을 상징하고 지지(地支)인 인(寅)은 호랑이를 뜻한다. 따라서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로 풀이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올해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있을 것이라며 ‘범 내려온다’고 들한다.

평범한 사람들도 느끼기에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뒤끝이 있을 것만 같고, 국내외 상황이 하수상해서 무슨 일이 일어날 만도 한 분위기다.

 

▲그런 검은 호랑이 해가 벌써 절반을 지나고 있다. 

3월 9일 대선도 지났고 6월 1일 지방선거도 끝났다. 이 두 선거의 의미는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 해석될 일이지만 현재로선 평온하다.

그러면 뭘까. 검은 호랑이의 정체는.

역사적으로, 임인년에 발생한 가장 중요한 일은 서기력 채택과 ‘원’ 화폐 사용이다. 둘 다 60년전, 1962년의 일이었다. 그 해에 정부는 고려시대 때부터 써왔던 단기력 대신 예수 그리스도 탄생을 기준으로 한 서양식 서기를 공식 사용하기 시작했다. 

기독교 역사관을 따른다기보다는, 세계적 보편 단위를 따르는 근대화의 상징적 조치 가운데 하나였다. 

단군력으로 따지면 올해는 4355년이다. 

또 긴급통화조치법에 따라 ‘원’이 기존의 ‘환’을 대체했다.

인플레(물가 상승) 억제 등을 목적으로 기존의 1000환이 100원으로 화폐가 개혁됐다.

 
▲좀 더 과거로 ‘검은 호랑이 해’ 역사를 거슬러 여행해보면 1722년에 발생한 임인옥사(壬寅獄事)를 마주친다.

사색당파(四色黨派)가 분열하는 가운데 소론(少論)의 김일경·목호룡 등이 임금을 죽이려는 역적들이 있다며 정인증·김용택 등 60명을 고발했다.

당시 임금이던 경종은 이들을 모두 잡아들여 처단했다. 

조선시대 사화가 늘 그렇듯 뒤이어 영조가 임금이 된 뒤에 이 사건을 재조사해보니 죽은 정인증 김용태 등 모두 억울하게 죽었다. 그때 고발자들인 김일경·목호룡이 무고 혐의로 처형됐다.

세계사를 돌아보면 1842년 임인년에 아편전쟁에서 청나라가 패배했다.

세계의 중심은 중국이 아니라 유럽으로 전환됐다. 

검은 호랑이 해의 일들이다.

한때 우리나라는 싱가포르 홍콩 대만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로 불렸다. 

일본이 ‘네 마리 용’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서구에서는 전설 속의 용보다 ‘현실의 호랑이’ 이미지를 살려 ‘네 호랑이(Four Asian Tigers)’로 불렀다. 

이 중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다.

 

▲그런 우리나라가 올해 물가상승률이 5% 넘고(제주지역은 6%대), 생산·소비·투자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

재정·경상수지는 ‘쌍둥이 적자’로 ‘빨간 불’이 켜지면서 국가와 지역사회가 위기를 맞았다.
이게 검은 호랑이의 정체인가.

오영훈 도지사 당선인이 인수위 출범식에서 ‘실천적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제주와 도민 이익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고 갈등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대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말 그대로 명분과 이념과 같은 관념에서 벗어나 실제와 실질, 그리고 실천이 필요하다.
올해는 어떤 시련과 고난 앞에서도 절대 좌절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앞으로 나아가는 범이 내려오는 해다. 

현실 역사에서 천지 조화의 새 문화를 여는 사람들만이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