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와 제주교육
재일교포와 제주교육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6.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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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택 ㈔질토래비 이사장

지난날의 제주인구를 어림잡아본다. 탐라국 시기 3만, 고려 말 5만, 조선 들어서는 1443년(세종 25) 6만4000여 명이었으나,1703년(숙종 29) 4만4000여 명으로 줄어들었음이 이형상 목사가 지은 남환박물(도유형문화재 34호)에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인구변동은 1629년 내려진 출륙금지령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제주의 인구변동은 또한 재일교포와도 관련이 깊다. 20세기 말에는 재일교포 수가 100만에 육박하기도 했었다. 그 후 일본 귀화 등으로 줄어들어 2015년 한국국적이 45만7772명, 조선국적이 3만3939명이란다. 그 중 제주 출신이 9만여 명이다.

전국 인구분포에서 제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100분의 1 정도인데 유독 일본에 제주 출신 비율이 높은 이유가 궁금하다. 1922년부터 운항한 기미가요마루라는 군대환(君大丸, 900t)은 제주와 오사카 사이를 다니던 정기여객선의 이름으로, 제주 전역을 돌며 도민의 일본이주(?)를 부추기기도 했었다.

그러한 영향으로 1923년 도내인구 20만9060명 대비 일본진출 제주인은 1만381명, 1927년 21만508명 대비 3만505명, 1934년 18만8400명 대비 5만45명으로, 도내인구는 줄고 재일교포는 증가하기도 했었다.

1945년 8월 해방을 맞아 제주를 떠났던 사람들이 일본과 중국 등지에서 대거 돌아오고, 1947년 3·1절사건 등으로 제주섬은 폭발 직전의 화산도로 변해갔다. 해방과 함께 밀물처럼 고향에 왔다가 4·3으로 썰물처럼 제주섬을 빠져나가기도 했던 아픈 시절이었다. 20여 만명으로 급감했던 제주인구는 6·25 피난민 유입 등으로 1955년에는 29만여 명으로 불어나기도 했었다. 

1960년대 초 필자는 초등학생이었다. 선생님의 풍금 연주에 맞추어 벗들과 동요를 따라 부르던 그 시절, 음악시간이 되면 학교에 하나밖에 없는 풍금을 옮기느라 어린 학생들은 야단법석을 떨었다. 학교 방문 중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최정숙 제주도 초대교육감은 학교에 풍금 보내기 운동을 적극 펼쳤다 한다. 그리하여 도내 모든 초등학교 교실에 풍금이 배치될 수 있었다.

교육청 예산이 턱없이 모자란 시절, 제주에 재정적으로 큰 지원을 한 재일교포 중에는 표선면 가시리 출신인 안재호라는 키 작은 거인이 있었다. 안재호는 어려서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제주선인이다. 가시리 복지회관에는 애향심이 남달랐던 작은 거인 안재호의 동상이 지금 세워져 있다.

재일 제주선인들은 고향의 도로포장, 마을회관 건립, 학교건물 신축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재일교포가 보낸 350만여 본의 감귤묘목은 제주경제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1960년대부터 도 전역에서 재배된 새로운 품종의 감귤나무는 대학나무가 되어 경제와 인적기반 구축에 크게 기여했다. 

다시금 제주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자임했던 재일교포의 은덕을 생각하며 ‘거만한 부자는 3대 못 간다’는 선인들의 말을 떠올린다. 우리 아이들에게 과거를 들려주어 그들의 씀씀이가 거만하지 않게 다독이는 일 또한 교육이 해야 할 일이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말도 떠오른다. 이 말은 지금도 더러는 유효한 듯하다. 여전히 서울 지향의 삶을 추구하고 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로 세계로 나아가려는 아이들을 격려하고 이끄는 것도 제주교육이 담당해야 할 일이다.

제주를 사랑하고 세계를 누비며 꿈과 끼를 찾아 자아실현 하는 국가인재로 키우는 길이 제주교육이 가야 할 장도이기도 하다. 제주를 사랑하는 아이가 제주에 기여하는 인재로 커갈 것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제주를 떠났던 지난날의 역사를 떠올리며 오늘과 내일의 제주를 그려본다. 서울로 세계로 누비고 다니며 자아실현 하는 우리 후손들이 다시 찾아오는 제주를 가꾸는 일은,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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