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 속에 담겨 있는 우리네 삶의 흔적
헌책 속에 담겨 있는 우리네 삶의 흔적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6.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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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대(野生代)(일조각, 1977)

헌책방 동림당 ‘책갈피’展 일·월 진행
친필 서명·장서기·책갈피 등 주요 전시 
박두진 시집 ‘야생대’ 속 육필 편지 주목
헌책방 동림당 2층 전시장 초입에 전시된 시집 ‘야생대’와 박두진 시인의 편지(오른 편).
헌책방 동림당 2층 전시장 초입에 전시된 시집 ‘야생대’와 박두진 시인의 편지(오른 편).
야생대(일조각, 1977) 속지에 있는 박두진 시인의 서화(書畵) 부분.
야생대(일조각, 1977) 속지에 있는 박두진 시인의 서화(書畵) 부분.

지난 4월부터 제주시 소통협력센터가 주최하고 제주동네책방네트워크 소속 열여섯 책방들이 함께 하는 2022년 질문도서관 vol.3 행사가 각 책방별로 펼쳐지고 있다. 오는 11월까지 이어지는 그 행사의 일환으로 우리 헌책방 동림당도 지난달 15일(일)부터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마다 책방 2층에 마련된 작은 전시장에서 ‘헌책 속에 담겨 있는 우리네 삶의 흔적’ 일명 ‘책갈피’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동네책방 가운데 유일한 헌책방인 우리 책방만의 특성을 살려 새 책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책속에 담긴 지은이와 소장자의 흔적을 통해 지나간 우리네 삶의 참 모습을 살펴보고자 마련한 전시다.

주요 전시물로는 지은이의 친필 서명이나 드로잉이 담긴 서명본과 소장자의 장서기(藏書記)나 특별한 사연이 적힌 책들 외에도 책을 읽다가 무심결에 꼽아놓은 다양하고 재미있는 책갈피들을 들 수 있다.

친필 서명과 함께 즉흥적인 드로잉이나 독자의 초상을 그려준 작가들의 책들을 통해 그들의 독자에 대한 넘치는 애정도 느낄 수도 있고, 책과의 소중한 인연이나 사연을 담담하게 적은 글을 통해 누구나에게 있을 수 있는 지난 시절을 회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조선시대에 간행된 한적본의 책갈피 속에 꼭꼭 숨겨져 있던 이름 모를 어느 선비의 비상금(非常金)이나 상투를 튼 전형적인 조선 남정네와 혜원(蕙園)의 풍속화에서 본 듯한 우리 여인네가 그려진 그리 과하지 않은 춘화(春畵)를 통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한결 같음을 느낄 수 있고, 수학여행 때의 소중한 기념품을 잘 갈무리해 놓았던 어느 남자 고교생의 책갈피를 통해서는 아름다웠던 추억의 학창시절을 떠올려 볼 수도 있다.

오늘은 그 가운데 우리 전시장 초입(初入) 맨 앞에 전시해 놓은 책 한 권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야생대(일조각, 1977)에 있던 박두진 시인이 문충성 시인에게 보내는 친필 편지.
야생대(일조각, 1977)에 있던 박두진 시인이 문충성 시인에게 보내는 친필 편지.
야생대(일조각, 1977) 속지에 있는 박두진 시인 친필 서명 부분.
야생대(일조각, 1977) 속지에 있는 박두진 시인 친필 서명 부분.

그 책은 바로 1939년 정지용 시인의 추천을 받아 문예지 ‘문장’을 통해 등단, 해방 이듬해에 박목월·조지훈과 함께 공동시집 ‘청록집’을 발표하면서 이들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불렸던 박두진(朴斗鎭 1916~1998) 시인의 시집 ‘야생대(野生代)’(일조각, 1977)이다.

우리나라 문학사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청록집’이나 시인의 첫 단독시집인 ‘해’(1949)도 아닌 이 시집이 무에 그리 대단한 거라고 헤드테이블(?)에 올려놓았을까 싶으실 것이다. 다 해방 직후의 정치적 혼란기에도 정치색이 거의 없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문학단체 활동이나 정치보다는 수석(水石)과 서예에 심취했던 시인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함께 한 까닭이다.

이 책은 1980년대 초 우리 제주로 여행을 왔다가 그 때 신세를 진 문충성 시인에게 증정한 시집으로, 속표지에는 서예로 유명한 시인이 쓴 멋들어진 필체의 서명과 함께 문 시인에게 쓴 육필 편지가 책갈피 속에 들어있다. 그 편지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수석 시집이라는 ‘수석열전(水石列傳)’(1973)을 낼 정도였던 시인이 탐석(探石)하면서 느낀 제주 바다의 인상과 현무암 수석, 자연 풍광과 ‘내면에 응결된 제주도의 참 특성’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고만고만한 자료들과 함께 하는 그저 그런 전시지만, 시간 나실 때 한번 왕림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야생대(일조각, 1977)에 있던 제주 도내 문학계의 초청장.
야생대(일조각, 1977)에 있던 제주 도내 문학계의 초청장.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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