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절반은 선거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와 당이 승리한 유권자들은 환호했을 것이며, 패배한 유권자들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런 기쁨과 아쉬움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제주에서는 도지사, 국회의원, 도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제주권력’을 차지했지만,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연패한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민주당은 대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친문’과 ‘친명’은 극한 대립을 펼치면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을 쇄신하겠다고 구성됐던 비상대책위원회의 공동 위원장이었던 윤호중·박지현은 선거 막판까지 충돌하면서 패배를 자초했다. 

6·1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자 “당은 다 죽었는데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면서 당내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친문계는 “이재명 의원이 선거 전면에 나선 게 결정적 패인”이라고 주장하면 이재명 책임론을 꺼내 들었고, 이재명계 인사들은 “이재명 책임론은 차기 당권 도전을 막으려는 또 다른 계파주의일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상임고문은 지난 7일 첫 국회 등원 길에 선거 패배 책임론을 묻는 말에 “국민과 당원 여러분, 지지자 여러분의 의견을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열심히 듣는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은 8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재명 상임고문을 향해 “당이 원해서 희생하기 위해 (선거에) 나왔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저는 이런 것들이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 고문의 출마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민주당의 계파 갈등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만 든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정확한 패인을 분석하고 변화를 모색하지 않고 남 탓만 하고 누가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송영길 전 대표가 컷오프를 뒤엎고 서울시장 후보가 됐고 그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재명 상임고문에게 넘어갔다.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오판에 가혹한 심판을 내렸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반성보다는 내부 권력 다툼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8월 전당대회까지 친문-친명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은 지난 7일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비상대책위원장에 4선 중진 우상호 의원을 선임했다. 

비대위원으로는 초선의원 대표로 이용우 의원, 재선 대표로 박재호 의원, 3선 대표로 환경부 장관 출신의 한정애 의원이 선임됐다. 원외 인사로는 김현정 원외위원장협의회장이 포함됐고 박홍근 원내대표도 당연직으로 참여했다. 

비대위는 대선 및 지방선거 참패를 평가하고 수습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8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는다. 

박홍근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일주일간 민주당은 국민께서 내린 엄중한 평가와 심판을 분골쇄신의 마음으로 겸허히 새기고 있다”라며 “그 반성 위에서 재창당의 심정으로 그만하면 됐다 하실 때까지 혁신할 일만 남았다”라고 밝혔다.

국민들은 과연 민주당이 변화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제주도민들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방권력을 차지한 당선인들과 도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을 기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당선인들과 민주당 제주도당은 이런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자신들이 내세운 공약을 실천하는 것은 당선인들의 의무이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중앙당과 달리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2년 후면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이때 과연 민주당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을까.

부남철 기자  bunch@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