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반지성주의
자유와 반지성주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6.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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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시인·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를 들어봤지? 그 취임사에 제목을 붙여 본다면?”

술벗끼리는 흔히 시사를 안주 삼는 것이 더 맛이 난다. 글쎄, ‘자유’라는 어휘를 서른 대여섯 번 썼다던가? 그런데, ‘반지성주의’라는 말도 나오던데, 그 말은 무슨 뜻이냐?  ‘자유와 반지성주의’를 한자 설문(說文) 및 사례(事例·史例)를 바탕으로 풀이하고자한다.

 “눈깔 굴리는 소리 봐라!”

군대훈련소에 입소하면 ‘차렷!’부터 익힌다. 군인의 기본자세이기 때문이다. 훈련조교가 훈련병들의 눈알이 돌아간다면서, 얼음장 깨지는 분위기를 깔아놓는다. 아! 나의 눈알(目목)에 비쳐드는 빛(丿별)도 내 마음대로(丿·目⇒自) 볼 수 없는 곳이 군대이구나. 밭(田전)에 돋아나는 풀(由유)을 보든지, 창문(田전) 밖으로 비친 불빛(由)을 보는 것은 나의 자유(自由)인데 ‘나의 눈알로 내가 보고 싶은 것도 못 보는 상황’이구나. ‘자유’란 ‘내가 보고 싶은 쪽으로 나의 눈을 마음대로 돌리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뭐? 호연지기(浩然之氣)? 그게 PX(매점)에서 파는 건빵 이름이냐?”

유격장으로 훈련행군을 가고 있었다. 그곳에 이르니 몸이 오싹할 정도로 무서움이 났다. ‘이곳에 오니 기분이 어때?’ 느닷없는 조교의 질문에 ‘옛! 호연지기를 익힐 것 같습니다.’ 무섭다는 말은 못하고 외려 나도 몰래 이런 대답이 툭 나오고 말았다. 조교의 빈정댐에서 받는 모멸감이란. 아! 시야에 들어오는 풍광에 잇는 사유(思惟)도 마음대로 못하는 곳이 군대이구나. ‘무리 속에서는 혼자 똑똑한 척 하지 말라’는 의식, 이것도 반지성주의라는 것을 뼈저리게 겪는 순간이었다. 

역사 속에서 반지성주의를 꺼내보자. 진시황은 자신을 비판하는 책을 불태우고 학자들을 파묻어 버렸다(焚書坑儒분서갱유).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에 대하여 반대를 앞장섰던 최만리의 상소문도 반지성주의이다. 그는 ‘만약에 언문(한글)을 시행하시오면 관리된 자가 오로지 언문만을 습득하고 학문하는 문자를 돌보지 않아서 이원(吏員)들이 둘로 갈라질 것입니다’라고 상소했었다. 그러나 ‘백성은 깨우치면 다스리기가 어렵다’는 것이 밑바닥에 깔려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다수의견으로써 군중의 방향을 정하는 방식이다. 즉, 다수집단(majority)의 의견을 전체의 의견인양 정하는 것이다. 위험스러운 것은 다수집단 속으로 일단 들어 가고나면 개인의 지성자유는 허용이 되지 않는 것이다. 혹시, 더불어민주당의 20대 비상대책위원장은 ‘편안하게 생각하고 발표함’에 장애를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그 정당은 ‘네가 동의를 하건 말건 우리 뜻의 진리성은 한 치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방식을 견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 방식이 바로 반지성주의자들의 기본적인 태도인 것이다.<우치자 다쓰루/반지성주의를 말하다> 팬덤(fandom)들의 아우성도 반지성주의 모습이다.

지식(知識)과 지성(知性)은 다르다. 지식은 생존을 위한 기본방식의 앎이다. 갓난애도 화살(矢시) 쏘듯 배고프다고 입으로(口구) 울어댄다(矢·口⇒知). 말(言언)의 소리(音음)를 무기처럼(戈과) 쏜다(言·音·戈⇒識). 지성은 마음(忄심)에서 우러나는 것이다(生)(忄·生⇒性). 민주주의는 지성적 소통이다. 지성은 개인의 속성이 아니다. 지성은 소통적이어서 집단적으로만 발동한다. 어떤 개인의 활동 탓에 그가 속한 집단전체의 지성능력이 내려갈 때, 그는 반지성적인 사람으로 간주된다. <앞 책>

민주주의는 소통방식의 길(道).

알리고자 하는(知지) 마음(忄심)이 우러나게(生생)

내 마음가짐(忄·生⇒性성)부터 열어두지 않으면, 바른 말은 마치 반대되는 듯하다(正言若反정언약반). <노자 도덕경 78章>

거대 야당의 반지성주의를 경계(警戒)한다. 거대 야당의 반지성주의를 경계(警戒)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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