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며
자연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5.3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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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자 수필가

산불은 열흘 가까이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면서 산림을 삼켰다. 원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가슴을 졸이게 한다. 주민들은 황급히 몸만 빠져나온 상태이다. 터전을 잡고 살아 온 보금자리는 이미 화마가 휩쓸어버렸다. 망연자실한 모습이 짠하다. 

애타는 사람의 마음을 알기나 하듯 기다리던 비가 내린다. 한없이 반가운 비라서 우산도 없이 마냥 맞고 싶다. 강원도 지방은 비 대신 눈이 내렸고, 이제 산불은 무릎을 꿇은 듯 소강상태다. 원전의 무사에는 안도하지만, 피해를 본 주민들의 엎친 데 덮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국제 정세도 온통 혼란 속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고 그에 따른 인명피해는 말 할 것도 없다. 화력이 강한 폭발은 그야말로 불바다를 연상케 한다. 우리나라는 정치인들의 힘겨루기에도 불이 붙은 듯하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신정부는 불안한 시대를 안정시켜낼 수 있을까. 지도자의 역량이 몹시 기대된다. 

불은 어디서 오는가. 자연에 대한 호기심으로 돌 박물관을 찾았다. 불의 힘으로 뿜어내는 화산의 원리를 알아내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 덕분에 몇 가지는 궁금증이 풀리는 듯하다. 아니 그들의 이론에 공감하는 정도라 해야겠다. 어려운 전문용어는 알지 못하나 원리를 조금은 알 듯한 착각에 빠져 동료 앞에서 너스레를 떤다. 

육상에서의 화산폭발은 곧 불이다. 멀리 이탈리아 남부에 있던 폼페이는 화산폭발로 묻혀버린 도시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탄탄하게 잘나가던 발해는 어떤가. 어떤 사람은 천 년 전 백두산 화산폭발을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나는 그 말에 백만 퍼센트 공감한다. 자연재해 앞에 인간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자연의 힘은 인간이 어쩔 수 없다지만, 화력을 발산하며 전쟁을 일삼는 인간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 아무 죄 없는 산림을 상대로 화풀이하는 일은 또 어떻고. 미치광이가 아니고서야 어찌 파멸을 자초하는가 말이다. 언제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는 고온의 플룸 위에서 욕심을 부리며 사는 인간의 어리석음보다 안타까운 일은 없으리라. 

나무 심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여겨지는 요즘이다. 주변의 지인들도 나무를 심는다고 분주하다. 나뭇잎을 흔들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말을 건네는 듯하다. ‘지구인의 의무가 무엇인지 생각하라.’는 자연의 메시지가 아닐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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