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童謠), 어린이만의 노래인가?
동요(童謠), 어린이만의 노래인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5.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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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올해는 방정환 선생과 천도교소년회가 ‘어린이날’을 선포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첫 어린이날인 지난 5월 5일, 전국 곳곳의 놀이공원과 행사장은 모처럼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고 한다. 오랜만에 억눌렸던 욕구와 스트레스가 이날을 계기로 일시에 분출되는 순간이었다.

지금은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빠져 있는 어린이날 노래가 예전에는 각종 행사장이나 방송에서 어김없이 울려 퍼지며 동심을 설레게 하곤 했다. 원래 어린이날 노래는 1947년 음악가 안기영이 작곡했다. 그런데 그가 월북을 하면서 이듬해인 1948년 윤극영이 다소 밝은 분위기의 음악으로 바꿔 현재의 어린이날 노래가 되었다. 뜻도 모르는 어른들의 노랫말 가사나 외국어 노래는 쉽게 따라 부르면서 정작 자신들의 이야기와 정서를 담은 동요는 외면하는 어린이문화의 현실을 보며 우리 동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동요는 말 그대로 어린이의 노래이다. 부언하자면 동요는 아동가요의 줄인 말로 아이들의 감정이나 심리를 나타낸 노래 또는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라고 정의할 수 있다. 동요는 언제 누가 지었는지 알려지지 않은 채 전래된 전래동요와 어른들이 어린이를 위해 창작한 창작동요로 나뉜다.

전래동요는 자연이나 동식물과 관련된 내용이 많으며 주로 유희적 동작과 함께 불린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두껍아 두껍아’ 같은 것들이 있다. 이에 반해 창작동요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창작한 동요로써 갑오경장 이후 창가(唱歌)와 일본동요의 영향을 받아 1920년대부터 창작되기 시작했다. 푸른하늘 은하수로 시작되는 윤극영의 ‘반달’은 현재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 박태준, 홍난파 등이 ‘오빠생각’, ‘퐁당퐁당’ 같은 동요들을 작곡했으며 뒤를 이어 현제명, 이흥렬 등이 30년대부터 왕성한 활동을 했다. ‘가을’(현제명), ‘섬집아기’(이흥렬)는 대표적 작품이다. 이처럼 초기의 창작동요는 주로 일본에서 서양음악공부를 했거나 선교음악가들에 의해 시작됐는데 일제 식민치하에서도 민족성과 예술성 있는 작품들을 창작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윤극영, 홍난파, 이흥렬 등 많은 동요 작곡가들이 친일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60, 70년대에는 반공 이념과 산업화라는 국가적 과제가 교육정책에 반영되면서 나라사랑, 효도 같은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거나 정서를 순화하는 동요들이 많이 불렸다. 박태준의 ‘새 나라의 어린이’, 안병원의 ‘우리의 소원’, 한용희의 ‘파란마음, 하얀마음’같은 곡들이 음악교과서에 실렸다. 특히 이 시기에 합창동요가 많이 만들어졌음도 주목된다. 

80년대 이후는 대중문화의 급속한 발달과 매체의 다양화, 교육과정의 변화 등으로 동요 음악의 많은 발전을 이루었으나 정작 동요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활동은 오히려 분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시기에 많은 창작동요가 만들어지긴 했으나 소수 경연대회에 관련이 있거나 노래를 잘하는 어린이를 제외하면 동요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오히려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래도 어린이 노래프로그램인 KBS의 ‘누가 누가 잘하나’와 MBC의 ‘창작동요제’가 한국동요의 대중화와 발전에 큰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노을’(최현규), ‘하늘나라 동화’(이강산) 같은 작품은 당시 교과서에 실려 많은 어린이들에게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동요는 음악적 예술성과 함께 보편성과 시대성, 그리고 교육적인 가치까지 지닌 문화장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갈수록 동요에 대한 관심과 노래활동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쉽다. 과거와 같이 단일 교과서로 모든 학교가 음악수업시간에 동요를 배우는 것도 아니고 일반 성인문화에 익숙한 학생들이 동요에 흥미를 갖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동요는 어린이 노래이지만 동시에 성인들의 노래이기도 하다. 성인들 대부분이 어린 시절 동요를 부르며 자랐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듣고 불렀던 당시 추억의 노래들을 회상하며 잠시나마 병들고 찌든 심신의 정화를 경험한다. 그런 면에서 동요는 어쩌면 어린이보다 성인들이 더 많이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동요, 어린이만의 노래인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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