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배죽과 아사리판, 그리고 블라블라블라
조배죽과 아사리판, 그리고 블라블라블라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2.05.18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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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지방선거가 정책선거로 치러질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방선거 출발부터 불안했다. 예비후보들이 선거를 희화화하는 행태가 잇따랐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교육감선거는 물론 국회의원 보궐선거, 도의원선거를 가리지 않고 일부 후보들이 원칙도, 명분도 없는 비상식적 행보를 보이면서 도민사회 비판을 자초했다.

지역구비례대표 도의원과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무엇보다 공천 쇼핑또는 유사 사례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국민의힘 도지사선거 후보로 출마했다가 경선에서 컷오프 되자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눈을 돌려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다시 고배를 마신 예비후보가 있는가 하면 국민의힘 도지사선거 공천에 도전했다가 탈락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더니 결국 중도 사퇴한 예비후보도 있었다.

당초 교육감선거 도전을 선언했던 두 (전직) 교육의원은 보수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후 슬그머니 도로 교육의원 선거에 뛰어들었다. 두 후보에 대한 선거는 현재 진행형이다.

국민의힘 도지사 후보가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잠적하자 무소속으로 도지사 선거운동에 나섰던 예비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원서를 제출하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후보 등록은 접었다.

압권은 모 교육감선거 예비후보였다. 보수 단일화 약속 파기로 비난의 한복판에 섰다.해당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0.5% 차이로 패배한 후 단일화를 수용하더니 나흘 만에 번복했다. 교육자로서 양심을 저버렸다는 도민사회 공분이 들끓었고 후보는 선거를 포기했다.

급기야 제주 선거판에 조배죽이 다시 등장했다. 조직을 배신하면 죽음이란 뜻이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최근 논평에서 도지사 선거에 제주의 청산 대상이자 공무원 줄 세우기, 도민사회 갈라치기로 제주도를 병들게 했던 조배죽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배죽 글자 옆에는 우근민 도정의 건배 구호란 설명이 괄호 안에 곁들여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대통령 당선일을 기념하는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 데이비공개 회동에서도 참석자들이 건배사로 조배죽! 조배직!”을 외쳤다고 한다.

조배직은 조직을 배신하면 직인다(죽인다의 경상도 사투리)’는 의미다.

과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로 안 전 지사의 성폭력 고발을 담은 김지은입니다를 쓴 김지은씨도 책에서 안희정 조직의 단골 건배사가 조배죽이었다고 폭로했다.

국회의원 제주시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부상일 국민의힘 후보는 최근 TV 대담에서 제주는 대한민국의 균형추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전체 투표 결과와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왔다. 제주도가 전라도화 됐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선거 전략을 떠나 제주도의 전라도화란 인식은 한국정치의 적폐인 지역감정 조장, 갈라치기란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까딱하면 지방선거가 아사리판이 될 지도 모르겠다.

아사리판은 온갖 주장이 난무하는 무질서한 상태를 뜻한다.

유력한 어원은 불교 용어 아사리. 불교에서 아사리는 스승을 뜻하는데 규범을 가르치는 규범사(規範師)나 계사(戒師)를 통칭한다. 그런데 아사리가 모이면 여러 의견을 내놓고 토론하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이 모습이 혼란스러워 보이는 데서 아사리판이란 말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무질서를 질서로 바꾸려면 유권자들의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다.

19일 지방선거운동이 본격 점화했다. 스웨덴 청소년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했던 블라블라블라’(Blah Blah Blah) 표현이 떠오른다. 우리말로 어쩌고저쩌고.

블라블라블라는 각국 정상이 기후위기를 막겠다고 국제회의를 하며 어쩌고저쩌고 듣기 좋은 말만 할 뿐 행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으로,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약 회의장의 구호였다.

지방선거 후보들이 연일 각종 정책과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아니면 블라블라블라로 끝날까. 세상은 말만으로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후보들의 말잔치에 휩쓸리지 말고 능력자질 미달 후보를 걸러내는 과정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도민 유권자들의 철저한 검증과 냉정한 선택이 요구된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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