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적 개념, 표기보다 ‘군인정신’ 본질의 신념화가 중요하다
주적 개념, 표기보다 ‘군인정신’ 본질의 신념화가 중요하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5.1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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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북한이 가장 위험한 적, 주적으로서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한 어느 정권이든 인식의 일관성 유지가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 눈치 보기 정책의 폐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2018년에 이어 2020년 들어 국방백서가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을 완전히 삭제해서다. 주적 표기와 관련 국방·안보적 판단 기준에 따라야 할 정책적 입장을 갑작스레 바꾸고 환심이나 사려 한 경솔한 선택은 어떤 변명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행태는 불균형의 위협적 무력이 건재한 현실을 무시한 처사였다. 백서 내용 변경과 관련 문 대통령의 근시안적 리더십은 군의 발목이나 잡고 남남갈등만 자초한 원흉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핵화는 지지부진이고 초기 단계의 신뢰 구축조차 없는 마당에 위장된 평화 분위기에 휩쓸려 안보만 위태롭게 되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북한 통일전선부의 위장평화전술에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난감한 꼴이다. 

차제에 국방백서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국방백서란 국방정책에 대한 국민적 안보 공감대 형성과 국방정책의 국제적 투명성 확보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책자다. 국방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한 용도의 문서이자 주변국들로 하여금 우리 국방정책과 군사전략을 백서에 기술되어 있는 대로 이해해 달라고 하는 일종의 외교문서다. 따라서 백서 내용은 진짜 의도를 숨긴 채 기술되기도 한다. 

안보를 가장 높은 수준에서 위협하는 위협 주체가 바로 주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백서에 담을 것인가의 문제는 각국이 처한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처럼 북한의 선의, 혹은 희망적 관측(wishful thinking)에 기댄 채 주적을 명시한 백서 내용을 갑작스레 바꾸면 정책 운신의 폭도 제약받고 군의 대비태세에도 혼란을 주게 된다.   

북한은 변함없이 주체사상 무장에 의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헌법에 명시한 체재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타도와 해방의 대상이다. 북한은 우리를 주 공격대상임을 분명히 한다. 속전속결을 뒷받침할 기동장비 및 가공할 파괴력을 갖는 전술핵·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개발과 유격부대 증편에 중점을 둔 호전적 집단이다. 지금은 수도권을 주 타격목표 삼아 전술핵을 앞세운 ‘대량선제기습전’을 토대로 정규전과 유격전의 배합 전략을 꼼꼼히 다듬는 북한이다. 

살펴본 것처럼 북한군이 주적임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주적에 대한 확고한 인식은 안보적으로 중요하다. 그러기에 주적에 대한 대적관 교육은 북한의 위협이 소멸되지 않는 한 군사적으로 중요하다.

주적 개념은 군의 무장과 훈련을 견인하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기획문서, 실행문서는 물론이고 장병정신교육 자료에서 북한군을 주적이라고 규정하고 교육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5년 주적 개념이 실제 군 병영에서 어떻게 다뤄져 왔는지 이에 대한 정신교육은 어떠했는지 세심히 살피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책임소재도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우리의 안보 여건상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표기하는 등 북한의 위협을 있는 그대로 적시함은 당연한 정책 선택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선언적 표기보다 적을 대하는 장병의 신념화다. 전장에서 목숨 걸고 용맹스럽게 싸울 수 있는 군인정신 본질의 신념화가 중요하다. 그러니 정신교육한다고 국방일보 자료를 윤독하는 식은 안 된다. 지휘관에 의한 현장 정신교육을 강화하도록 체제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관련하여 국방정신전력원이 지휘관을 위한 핵심 정신교육 교관 양성기관이자 전장리더십을 연구하는 전문기관으로 거듭나도록 개혁 차원에서 접근하기를 촉구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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