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커피 문화와 커피의 세계사
우리나라 커피 문화와 커피의 세계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5.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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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대 월간커피 발행인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 들어 온 시기는 대략 1890년 전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888년 개항지인 인천에 우리나라 최초 호텔인 대불호텔과 슈트워트호텔이 생겼고 부속 시설에 커피를 파는 다방이 들어섰는데, 이게 바로 우리나라 다방의 선구가 되었다고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를 쓴 강준만·오두진은 밝히고 있다. 

커피의 전파 경로에 대해서도 어떤 이는 러시아인이 전했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일본 사람이 전했다고 의견이 많이 갈리는데 당시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외세의 이권 쟁탈이 벌어질 때라 어디가 먼저라고 하기에는 쉽지 않다.

다만, 1896년 아관파천 때 고종이 초대 조선 주재 베베르공사의 처형 독일계 러시아인인 손탁(Antoinette Sontag) 여사에게 커피를 대접받았다는 기록이 있어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고종이 처음 커피를 마신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커피가 이 세상에 등장한 건 우리의 커피 도입이나 음용 역사에 비해 몇백 년이나 훨씬 앞선 일이다.

16세기 초 이슬람 신비주의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은 명상과 기도에 커피가 꽤 효험이 있다고 알게 된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커피를 마시게 된 그들은 각성의 효과가 카페인 때문이라는 건 알지 못했지만, 기도에 필요한 신비한 음료로 커피를 받아들이게 된다.

잠을 쫓고 맑은 정신 상태를 유지해주는 커피로 인해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점점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늘어났으며, 에티오피아가 원산지인 커피가 홍해를 건너 예멘에서 상업적 재배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서 커피는 점점 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게 된다.

커피의 세계화가 시작된 건 오스만터키가 예멘을 지배하면서부터이다. 그들은 커피를 예멘을 대표하는 특산품이라 생각했고, 본국인 이스탄불의 궁정으로 진상하는 주요 물품으로 취급했다. 또한 예멘의 모카항을 통해 유럽 등 각 지역으로 커피를 수출하게 되는데 다른 곳에서 커피를 재배할 수 없도록 발아를 억제한 상태로 만들어 내보냈다.

어쨌든 1554년 이스탄불에 세계 최초의 카페인 ‘차이하네’가 문을 열게 된 것도 이런 흐름 때문이며 이 시대를 반영하듯 수도 이스탄불에는 600개가 넘는 카페가 생겨났다고 한다.

카페문화는 터키에서 다시 영국으로 전파된다. 1650년 유대계 사람 야코프가 터키인에게 커피를 공급받아 세운 ‘야콥스’가 처음으로 런던에서 문을 열었으며, 1645년에 첫 카페가 들어선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1720년에 개업 한 ‘플로리안’이 지금도 그 명성을 잇고 있으며, 1686년 프랑스 최초의 카페 ‘프로코프’에는 유명한 예술가와 사상가, 정치가들이 모여들었다.

유럽에서 어느 지역, 어느 카페가 가장 먼저 문을 열었는지는 아직도 많은 문헌과 학자들이 연대적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명확하지는 않으며 다만 17세기 중엽에서 말엽 사이에 생긴 도시들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독일 함부르크,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와 마르세이유 등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Cafe)가 급속히 증가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카페문화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커피가 처음 도입된 시기와 다방이 문을 연 것은 19세기 들어 1800년대의 일이지만, 제대로 형식을 갖춘 원두커피전문점은 1979년 서울 동숭동에서 프랜차이즈 형태로 문을 열었던 ‘난다랑’을 꼽을 수 있다.

난다랑은 인스턴트커피의 거대한 물결에 대항하여 몇 개 브랜드의 카페와 함께 국내의 새로운 커피 문화를 주도하였는데 기존의 다방문화와는 꽤 다른 모습이었고 커피 역시 인스턴트커피가 아니라 원두커피를 팔았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로 인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이들의 경쟁력이 약화 되었고 영업이 부진하게 되면서 카페가 대부분 문을 내리게 되었다. 한때 유행처럼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요즘은 카페 천국이라고 할 만큼 전국에 카페가 넘쳐난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카페가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카페 창업에 대한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동종 업자 간의 경쟁이 심각할 정도로 카페가 늘어나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치열한 경쟁을 겪으면서 역설적으로 카페의 실력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하게도 되었다.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 어디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역량이 뛰어난 좋은 카페가 많다. 

세계 커피 시장을 주도하는 비영리 국제 커피 단체인 CoE(Cup of Excellence)의 전임 회장 수지 스핀들러(Susie Spindler)는 몇 차례의 한국 방문에서 ‘우리나라 커피 시장이 매우 역동적이며 품질도 뛰어나다’고 감탄한 바 있다. 비록 늦게 시작되었지만, 우리나라 커피 문화가 세계의 커피 시장에서 주목받게 된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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