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를 다시 생각해본다
어린이날 100주년, 어린이를 다시 생각해본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5.04 1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희석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종합사회복지관장

올해는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어린이’라는 말이 생기기 전까지는 어린것, 애기, 어린놈 등으로 불렸는데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 아동들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름을 짓고 ‘어린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선생이 생각한 ‘어린이’는 티 없이 맑고 순수하며 마음껏 뛰어놀고 걱정 없이 지내는 그런 모습이었지만 불행히도 이 시기는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고 암울한 삶을 살아가던 때였기에 비록 현실이 가혹할지라도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어린이날을 만들었다.

1922년 ‘어린이날’ 선포, 1923년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어린이날의 취지’와 함께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 등을 발표하였는데 이것이 훗날 아동권리의 근간을 이루게 되었다.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이 되는 기념적인 해에 어린이가 처한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아동학대, 아동 대상 범죄, 비행 문제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100년 전 인격체로서 대우받지 못하던 그 시절의 상황과 100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우리의 아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이 물음을 가지고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언론이나 매스컴을 통해 들려오는 뉴스를 접하면 감히 말하기도 부끄러울 만큼의 문제가 있다.

그래서 어른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국가도 지역사회도 가정에서도 심각성을 알고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정책을 수립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펼치는 것에는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은 한 번쯤 들어본 말일 것이다. 예전에는 가정과 마을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었다면 이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와 가정이 힘을 합쳐야만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제도와 법,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인프라 구축 및 아동 친화 공간 조성 등의 노력은 당연하고 무엇보다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가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어린이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한 야누슈 코르착은 ‘아이들’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어린이는 내일의 희망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지금, 여기 이미 존재한다. 어린이는 미래를 살 사람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어른들은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라는 말을 쉽게 한다. 아동복지 전문가로서 필자가 느끼는 생각은 지금의 어린이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소홀하면서 희망찬 미래라는 말로 그저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표현하는 미사여구로만 들린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미래에는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과거와 현재가 발판이 되어 밝은 미래를 열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쏟는 정성과 관심이야말로 아이들의 성장을 이끌고 잠재성을 키우며 내일이라는 희망의 미래를 여는 열쇠이다. 지금 어린이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어른들의 잘못이다. 또한 지금을 돌아보지 않으면 전진할 수 없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희망은 없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의 뜻을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

100년 전 소파 선생의 이야기에 우리는 귀 기울여야 한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상황을 살펴보고 우리 사회가 아동의 존재와 문제에 대해 좀 더 진지하고 심각하게 생각해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펼칠 수 있는, 그런 전기가 마련되는 역사적인 어린이날 100주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