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를 먹을 것인가, 플라스틱을 먹을 것인가
물고기를 먹을 것인가, 플라스틱을 먹을 것인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5.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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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자 서귀포수협 조합장

20세기를 주도한 기술 중 하나로 뽑히는 플라스틱은 확실히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하였다.

많은 산업에도 널리 이용되며 인류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지만, 이러한 강한 내구성은 플라스틱의 양면의 칼날이 되었다.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경 측면에서는 골칫거리가 된 셈이다.

특히 바다 오염에서도 ‘플라스틱에 점령당했다’고 할 정도로 손에 꼽히는 문제가 바로 플라스틱이다.

한 언론에서 2020년도 기준 글로벌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무려 4억6000만t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보았다.

우리나라에 16배나 되는 태평양 쓰레기 섬, 내장에 너무 많은 플라스틱이 쌓여 죽은 물고기, 플라스틱에 감겨 질식사한 거북이, 페트병을 먹은 고래 등 수많은 이슈가 있긴 하지만 바다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아무래도 수산업계 종사자들일 것이다.

육안으로도 뚜렷이 보이는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다. ‘과연 우리는 물고기를 먹는 것인가, 플라스틱을 먹는 것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세플라스틱을 무분별하게 섭취한 먹이사슬의 최하위 계층인 동물플랑크톤이 상위 포식자들에게 먹히면서 결국 우리의 밥상에도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물고기들이 올라오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렇듯 문제가 심각해지자 최근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기업들과 개인들도 ‘리사이클’을 통한 친환경 트렌드가 생기고 있다.

친환경 제품 사용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기업들은 헌 옷들을 모아 새 옷으로 만들고, 폐건전지들을 선별해 다시 자원화하며, 페어망으로 만든 섬유 소재를 만드는 등 친환경 사업을 펼치고 있다.

친환경을 위한 바람은 제주에서도 불고 있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가 수거 대금을 지원하면서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서귀포수협을 선두로 제주의 한림수협, 모슬포수협, 성산포수협 등 제주에 있는 수협에서도 조업을 나가는 어선의 빈 폐트병을 수거해 오면 1.5㎏ 한 포대당 8000원을 보상한다는 홍보와 수거를 돕고 있다.

이렇게 모인 페트병들은 국내 아웃도어를 비롯한 패션 업체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의류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지금 국제적 영향력이 큰 환경협약으로 바젤협약, 몬트리올 의정서, 기후변화 방지협약, 생물다양성보존협약, 런던협약 등 국제적으로도 신경을 쓰고 사회적으로도 환경 문제에 대한 이슈가 커지면서 많은 사람이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코시국’으로 인해 증가한 배달음식에서 나오는 일회용기들, 편리함에 많이 사용될 수밖에 없는 플라스틱들은 줄인다고 노력한다 하여도 하루아침에 나아질 수 없는 전 세계적 이슈이다.

이미 오염되어 있는 환경을 바꾸는 데에는 단시간에 소수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과 함께 개개인의 플라스틱 사용량 감소 및 깔끔한 분리수거의 노력이 합쳐진다면, 비록 당장 눈에 띄는 효과는 아니겠지만 이러한 노력이 모여 언젠간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환경오염이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기까지는 하루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분명 이러한 환경오염을 극복하기에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릴 것이고, 전 세계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함께 해결해 나아가야 하는 문제기에 더욱 힘들 거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들로 인해 죽어가는 동물들, 그리고 그 쓰레기 한가득 쌓인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들. 이 글을 보고 계신 독자분들에게 묻고 싶다. 물고기를 먹을 것인가? 플라스틱을 먹을 것인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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