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무서운 줄 알겠지…
빚 무서운 줄 알겠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5.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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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이었다. 대학 캠퍼스에 출장 나온 카드회사 직원들이 1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신용카드를 만들라면서 현금 1만원을 그 자리에서 주었다.  하고 싶은 건 너무 많고 돈은 궁했던 학생들에겐 빠져나갈 수 없는 유혹이었다. 
카드회사 직원들 앞에 줄지어 선 신입생들. 라일락꽃 그늘 아래에서 카드 서류에 서명을 하고 빳빳한 1만원권 지폐와 나중에 반짝이는 플라스틱 카드를 건네받았다. 
1만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카드 한 장만 있으면 통장에 돈이 한푼 없어도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었다. 그야말로 ‘도깨비 방망이’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결말은 참담했다.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난 대금을 이 카드, 저 카드로 돌려막고 친구 것까지 빌려서 막다 쓰러진 청춘들이 얼마나 많았나.
그때 아버지가 빚을 대신 물어주면서 했다는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빚 무서운 줄 알겠지. 그 값이라고 생각하자.”

▲‘절대 빚을 지지 않으리라’
젊은이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열심히 저축을 하고 집도 장만했다. 아이를 키우고 결혼도 시켰다. 그러고나니 세상이 또 달라졌다. 자식 녀석들은 매달 월급의 일정 부문을 모아 은행에 저축하는 일을 바보짓이라고 했다.
빚을 내서 집을 사야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세상이라는 것이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지않으면 바보라고 했다. 쥐꼬리 월급만으로 내 집 장만은 별나라 이야기가 됐으니 빚(대출)은 더는 흠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빚은 ‘능력’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것이 제주시 노형동 아파트값이 10억원을 껑충 뛰더니 15억원을 향해 달렸다. ‘하루밤 자고 나니 1억원 뛰었다, 2억원 뛰었다’하니 ‘영끌’할만도 했다. 그렇다고 저축이 잘못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어떻게든 월급 외 소득을 만들어야만 남에게 뒤처지지 않는 세상이다.

▲2030 영끌 청년들의 빚은 천문학적 숫자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청년층 부채를 키운 요인으로 두 가지를 지목했다. 하나는 내집 마련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증가, 다른 하나는 투자 목적의 신용대출 증가다. 
2030세대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458조원으로 전체 가계대출(1705조원)의 27%를 차지한다. 청년층 빚 가운데 32%(150조원)는 다중채무자들이 진 악성 부채로 평가된다. 
코로나 이후 1년 반 동안 은행권 가계대출이 평균 14.8% 증가했지만 20대는 35.2%, 30대는 23.7% 급증했다. 
청년의 빚이 불어난 속도가 두세 배 빨랐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다중 채무자만 132만명이 된다는 통계도 나왔다.
모바일뱅킹과 핀테크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지금 2030들은 과거 ‘카드’ 청년들보다 ‘빚투’(빚을 내서 투자)에 더 쉽게 접근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영끌’과 ‘빚투’로 부동산과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폭망’하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소득이 낮은 2030의 대출 규모가 코로나19로 돈이 많이 풀리면서 유동성이 과잉 공급된 팬데믹 기간에 100조원 이상 급증했다. 그 빚은 이자부담으로 ‘재앙’이 되고있다. 자칫 자산시장이 붕괴하면 2030 ‘영끌’·‘빚투’ 부실의 폭발은 안봐도 비디오다. 
1990~2000년초 카드 빚 등으로 신용불량자의 굴레를 쓴 20대는 100만명에 달한다. 그때 빚에 호되게 쫓겨 꿈을 잃은 그들의 삶은 국가 사회·경제에 큰 손실을 입혔다.
지금 2030 ‘영끌’과 ‘빚투’가 경착륙하게 될 경우 또다시 나라 기둥뿌리가 흔들릴 것이다. 아들 카드 빚을 대신 물어주는 아버지도 이젠 없다.
자, 어떻게 할것인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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