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랑
그런 사랑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4.26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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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수필가

연애가 사람의 일생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것이라면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문화충격이다. 그래서 첫사랑의 지조나 정절에 관해 얘기하곤 한다.

신화속에서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암피트리온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그의 아내 알크메네는 그리스신화에서 정숙, 정절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물이다.

제우스는 미인에다 정숙하고 정조관념이 철저하기로 소문난 알크메네가 탐이 났다. 아니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오직 자기 남편만을 섬기는 알크메네를 무너지게 하고 싶었다. 소문대로 쉽진 않았지만, 제우스의 끈질긴 구애에 알크메네는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낳은 자식이 헤라클레스이다.

사랑하는 아내의 부정에 망연자실하지만, 그 상대가 제우스라는 걸 알고 남편은 오히려 영광으로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라 제우스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그렇게 해서 태어난 헤라클레스를 너무도 사랑한다.

그리스신화의 전체적 특징의 하나는 신들의 인격과 성격을 구체화 시키면 ‘인간적’이라는데 있다.

남편이 있는 여자를 탐하고 유혹의 손을 뻗치는 게 어쩔 수 없이 신도 인간과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이다.

어쩌면 그리스의 신들은 인간들 모습처럼 사랑에 울고 웃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며 사랑받고 있는 걸 자주 확인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사랑의 속성이 그렇지만.

제주설화에는 정숙함의 절대지존의 인물이 있다.

조선시대 남원면에 예쁜 부인이 있었다. 남편 부씨는 나라의 싸움에 군역으로 나가서 죽고 말았다. 예쁜 부인은 과부가 되었다.

어느 날 남편이 군역으로 있었던 부대 대장이 공무로 이 마을에 들렀다가 부인을 봤다. 당연히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부인의 아름다움은 차라리 아픔으로 다가왔다. 대장은 단단히 결심하고 부인에게 청혼했다. 같이 살자고 조르며 부인의 손을 잡았다. 잡은 손을 놓을 기색이 안 보이자 부인은 침착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이 손을 놓으세요 당신 말대로 할 테니.” 대장은 손을 놓았다. 부인은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로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도끼를 들고 나왔다.

“이 무례한 놈, 감히 나를 범해!” 

“이 손목 하나만으로도 이미 내 몸이 더럽혀졌다.” 하고 자신의 손목을 잘라 버렸다. 그리고 자결해 버렸다.

이 소문은 임금님의 귀에까지 들렸다. 임금은 과부의 지조를 가상히 여겨 열녀정문을 내렸다.

어떤 게 인간적일까.

자존감있는 이런 사랑, 오늘 생각해 보게 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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