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축제와 엔데믹
5월! 축제와 엔데믹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04.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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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

지난 4월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적으로 해제되었다. 이날, 서울의 홍대입구역 근처 골목과 강남역 인근의 클럽과 술집은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어디 서울만 그랬을까? 아마도 전국의 많은 지역이 그날 밤 불야성을 이루었을 것이다. 사실상 이전의 팬데믹(Pandemic)이 공식적으로 엔데믹(Endemic)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팬데믹이 범유행 전염병이라면 엔데믹은 종식 없이 지속적으로 발병하는 질병을 뜻한다. 즉 팬데믹이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황을 의미한다면 엔데믹은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을 뜻한다고 하겠다.

이제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 일반 독감과 같은 유행병으로 분류된 것이다. 의도했던 아니던 코로나 질병에 국민의 상당수가 감염됨으로써 집단면역의 효과를 기대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각자가 자신의 몸을 스스로 관리하고 체크함으로써 이와 같은 질병에 대처할 수밖에 없다.

5월은 가정의 달이면서 축제의 계절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비롯해서 각종 가족 행사나 문화축제가 이 시기에 주로 개최된다.

축제는 원래 신성한 종교의식에서 유래되었다. ‘빌다’, ‘기리다’라는 한자 ‘祝祭’에서 보듯 축제는 신(神)에 대한 기복의식(祈福儀式)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리스도교 국가에서 사순절 이전에 진행했던 카니발(Carnival)이나 성스러운 날 만찬과 향연을 즐긴다는 뜻의 페스티벌(Festival) 모두 제의적 행위에서 비롯되었다.

제물의 상징적 희생물이라 할 수 있는 양(羊)에서 아름답다는 단어 美(美=羊+大:커다랗고 살찐 양)를 유추해 볼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집단의 바람과 속죄를 위해 누군가 희생의 대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제는 동시에 사회 구성원들의 결속을 강화하는 소통의 수단이기도 했다. 특히 제의적 행위 이후에 벌어지는 집단 놀이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강화했다. 이는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축제들의 일반적 양상으로 볼 수 있다. 

현대에 와서 많은 나라들이 축제를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한편 지역 홍보나 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기도 한다.

관광이 주산업인 제주 역시 전국의 어느 지역 못지않게 많은 축제가 벌어진다. 최근 2년간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의 행사가 중지되었지만, 이전에는 꽤 많은 축제가 진행됐었다. 어림잡아 월평균 열 개 내외의 크고 작은 축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지역 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칠머리당 영등굿 축제와 탐라국 입춘굿 축제이다. 칠머리당 영등굿은 해마다 음력 2월 1~14일 제주시 건입동의 본향당(本鄕堂)인 칠머리당에서 진행되며, 탐라 입춘굿 놀이는 입춘(立春)날 제주시 목관아 일대에서 목사를 비롯한 관리와 무속인이 행했던 굿 놀이로 다양한 전통민속놀이와 공연이 펼쳐진다.

이외에도 5월에는 휴애리 수국축제, 가파도 청보리축제, 은갈치축제, 메밀축제, 방선문축제 등이 진행된다. 주로 꽃놀이, 음식, 문화체험같이 자연환경이나 일상생활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으며, 먹거리나 볼거리가 주를 이룬다. 이제 이런 축제들이 모처럼 관광객과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해 기지개를 피기 시작하려 하고 있다. 

코로나 질병대책의 국가적 변화를 눈앞에 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찾고 있다. 앞으로 단체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버스 행렬도 심심찮게 보게 될 것 같다. 여기에 보복소비심리까지 겹쳐 거리의 인파는 한층 북적일 것이다. 여차하면 마스크도 벗어 던질 기세다.

반면 방역 소홀에 대한 대가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 되었다. 이제 해마다 역병과 잡귀를 쫓기 위한 도깨비 축제를 하나 더 추가해야 할지 모르겠다.

2022년 5월의 문턱에 들어서며 우리는 설렘과 우려의 순간을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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