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우리나라나 세계 지도를 들여다보는 게 재미있었다. 지금처럼 시청각 자료가 넘쳐나는 세상이 아니었기에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을 지도를 통해서라도 찾다보면 왠지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어서였던지 틈나는 대로 들여다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었다.

그런 나만의 특별했던 취미가 커서 역사를 전공하면서부터는 좀 더 현실적인 방법론으로 바뀌었다. 어떤 지역으로 고적답사를 떠나기 전이나 문헌자료에 나온 지역이나 장소를 파악할 때 그 지역의 옛 지도를 미리 살펴보면, 그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인들이 남겨 놓은 문헌자료 속에선 막연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옛 지도에는 좀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현장에 가서 직접 걸어보면 온 몸으로 체감할 수 있어서였다.

이제 헌책방 지기가 된 지금 답사나 연구는 아닐지라도 여전히 그 지도 사랑은 여전하다. 중고교생들이 보는 교과서류가 들어와도 ‘지리부도’는 좀 더 각별하게 느껴진다. 열심히 들여다 본 흔적이 남아 있는 책들을 보면 왠지 더 반갑다. 같은 취미를 가진 벗을 만난 기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 출장길에 만날 수 있었던 우리나라 관련 일제강점기 지도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우리 제주가 들어간 지도는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 매입하려고 애썼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모으다 보니 몇 해 전에 드디어 총 11장으로 구성되는 제주도 지도가 완성된 적이 있었다. 

그 즈음 우리 책방을 자주 찾으셨던 그림을 그리는 한 대학 선배님에게 자랑삼아 이 지도 얘기를 했다가, 우리 제주도 전체를 한 폭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품을 구상 중인 데 그 작업에 꼭 필요하다고 열변을 토하는 그 선배의 열정에 ‘다시 시작하면 되지 뭐…’ 하며 넘겨 드리고 말았다. 그 후 몇 해가 지나고 나서야 최근에 다시 그 지도를 비교적 온전히 만날 수 있었다. 오늘은 그 지도를 소개해 보련다.

바로 일제강점기 육지측량부(陸地測量部)에서 1914~1918년까지 제작한 우리나라 오만분의 일 축척의 지도를 말한다. 전국을 722장의 지도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발행한 이 지도는 후에 복제해서 ‘조선반도 오만분의 일 지도집성(朝鮮半島五万分の一地図集成)’(學生社,1981)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이번에 우리 책방에 입수된 100여 년 전의 제주도 지도는 김녕·성산포·제주·한라산·추자군도·한림·비양도·표선·서귀포·대정과 마라도·모슬포 등 모두 11장으로 구성된다. 1918년에 측도(測圖)된 성산포·한라산·대정과 마라도 등 3장 외에는 거의 다 1917년 측도해 1918년에 함께 제판(성산포·한라산은 1919년)해서 발행된 지도들로 모두 저작권자는 조선총독부다.

그 가운데 비양도 부분은 특이하게도 1917년 측도된 원도를 1943년 수정을 거쳐 참모본부 육지측량부에서 발행한 ‘비(祕)’자가 찍힌 군사용 지도이다.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이 전쟁 대비용으로 제작됐기 때문인데, 이 지도도 1918년에 발행된 판으로 갖춰야 비로소 온전한 100여 년 전의 제주 지도가 되리라. 더욱 분발해야겠다.

이 지도들은 ‘한국사데이타베이스’(국사편찬위원회)나 ‘조선총독부박물관 문서’(국립중앙박물관)에서 모두 무료 열람할 수 있으니, 이 자료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이용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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